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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前시장 ‘롤러코스터 인생’

입력 | 2011-05-17 03:00:00

9급 검찰 수사관→안산시장 당선→뇌물혐의 구속→무죄취지 파기 환송




박주원 前안산시장

1982년 9급으로 임용된 박주원 검찰 수사관이 24년 뒤 인구가 75만 명이나 되는 도시의 시장 자리에 오를 줄은 아무도 몰랐다. 2007년 국가청렴위원회가 333개 전국 공공기관을 상대로 실시한 청렴도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8.88점을 받아 당선 1년 만에 청렴도 상승 2위였던 경기 안산시의 시장인 그가 건설업자에게 1억3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리라고는 더욱 예상하지 못했다.

뜻밖의 일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1,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그의 혐의를 대법원이 모두 파기하면서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한 것.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요동치는 그의 인생과 이번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 수사관 성공 신화의 몰락

박 전 시장은 검찰 내부에서 실력과 인맥을 갖춘 대표적인 수사관으로 꼽혔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 수원지검 특별수사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등 검찰 내에서도 핵심 부서를 거쳤다. 고려대 법무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다. 자신의 수사 경험을 활용해 ‘범죄정보체계론’ ‘특별수사정보론’ 같은 책도 냈다. 전무후무한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보니 현직에 있을 당시 모 검사장과 맞붙어 검사장을 좌천시켰다는 일화까지 나돌았다. 검찰 수사관들 사이에서는 영웅담으로 회자됐다.

2006년 안산시장으로 당선된 뒤 ‘25시 야간 시청’ 등 새로운 정책을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던 그는 2010년 수원지검 특별수사부로부터 수사를 받았다. 시장 재직 시절이었던 2007년 4월 9일과 6월 4일 오후 4∼6시경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오피스텔 1층 카페에서 3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안산시 복합단지개발사업 사업자로 선정되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D건설 김모 회장에게 1억3000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 대법원에서 뒤집힌 결론

그는 검찰 수사는 물론이고 법원 재판에서도 줄곧 ‘돈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공소장에 기재된 4월 9일에는 안산시청에서 집무 중이었고 6월 4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국회의원을 만나고 있었기 때문에 김 회장을 전혀 볼 수 없었다는 알리바이도 댔다. 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박 전 시장에게 징역 6년에 추징금 1억3000만 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도곡동 오피스텔 카페까지 김 회장을 수행한 직원 임모 씨의 업무용 수첩 내용과 돈을 줬다는 김 회장 진술에 임의성과 일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1심 재판 중 재선을 위한 옥중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같은 당 후보끼리 표를 갈라먹는다”는 지적에 선거 일주일 전 결국 사퇴했다. 가느다란 희망마저 사라졌다고 생각할 무렵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무죄 취지로 뒤집으며 극적으로 다시 살아난 것.

대법원 재판부는 김 회장과 고소전을 벌이며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제보자 임 씨가 의도를 갖고 사후에 수첩을 작성했을 가능성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15차례나 압수수색을 당할 정도로 검찰의 압박을 받았던 김 회장이 처한 상황을 근거로 들었다. 오히려 박 전 시장이 4월 9일 오후 5시경 시장실에서 대면결재를 했다는 부하 직원의 증언과 6월 4일 오후 4∼6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의원을 만났다는 박 전 시장의 일정을 살펴보면 문제의 시간에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법원은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검사의 공소사실과 증거에 드러나는 모순과 불일치는 애써 눈감으면서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는 불신하며 현미경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형사 법원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구속돼 있던 박 전 시장은 16일 대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대법원에서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기 때문에 아직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면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황혼에만 난다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