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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내수 못 키우는 정부는 親서민 아니다

입력 | 2011-05-17 03:00:00


1997년 외환위기 무렵 50% 수준이던 무역의존도(국내총생산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가 지난해 88%에 이르렀다. 글로벌 경기가 호황일 땐 수출 호조로 더 높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세계적 불황일 때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지금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여건 악화로 저성장 궤도에 진입했고 선진국의 고실업과 소비부진 등으로 수출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지나친 수출의존형 경제의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시기다.

내수를 키워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내수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한 의료 교육 법률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은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이런 상태로는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이달 3일 경제단체장들에게 “내수를 좀 더 진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아니라 내수가 풀려야 서민이 경기회복세를 느낄 수 있다. 내수를 확대하려면 정부가 할 일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자격증 문턱 낮추기’ 같은 서비스산업 확대방안을 내놓고도 기존 업계의 반발에 밀려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이런 것도 ‘정부의 실패’에 해당한다.

한국 서비스산업의 고용 비중은 2008년 67.3%로 1970년 미국의 67.6%와 비슷하다. 지식 교육 보건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가 더 생길 여지가 크다. 제조업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돼 서민과 청년에게 일자리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분야는 서비스 산업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감안하면 서비스산업은 글로벌 비즈니스’라고 지적했다. 2020년 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인 해외관광객의 5∼10%만 한국에 유치해도 500만∼1000만 명이나 된다. 대중(對中) 경쟁력이 있는 국내 서비스산업을 조속히 키워야 한다.

내수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려면 정부의 선언이나 당부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비스 분야에서 기득권을 향유하는 집단의 힘을 누를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내수 드라이브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내수 확대는 일자리 창출 등 경기회복의 온기를 골고루 퍼지도록 하는 서민정책의 핵심이다. 내수를 키우지 못하는 정부가 친(親)서민을 앞세우는 것은 공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