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무렵 50% 수준이던 무역의존도(국내총생산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가 지난해 88%에 이르렀다. 글로벌 경기가 호황일 땐 수출 호조로 더 높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세계적 불황일 때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지금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여건 악화로 저성장 궤도에 진입했고 선진국의 고실업과 소비부진 등으로 수출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지나친 수출의존형 경제의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시기다.
내수를 키워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내수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한 의료 교육 법률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은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이런 상태로는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이달 3일 경제단체장들에게 “내수를 좀 더 진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아니라 내수가 풀려야 서민이 경기회복세를 느낄 수 있다. 내수를 확대하려면 정부가 할 일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자격증 문턱 낮추기’ 같은 서비스산업 확대방안을 내놓고도 기존 업계의 반발에 밀려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이런 것도 ‘정부의 실패’에 해당한다.
내수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려면 정부의 선언이나 당부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비스 분야에서 기득권을 향유하는 집단의 힘을 누를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내수 드라이브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내수 확대는 일자리 창출 등 경기회복의 온기를 골고루 퍼지도록 하는 서민정책의 핵심이다. 내수를 키우지 못하는 정부가 친(親)서민을 앞세우는 것은 공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