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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는 지구인]④“투쟁심 있는 한국인 반드시 성공할 것…”

입력 | 2011-05-17 15:37:37

시몽 뷔로 주한 캐나다 상공회의소 회장
● 한국기업들, 글로벌 마인드에 대한 이해 부족 아쉬워…
● 서울은 세계에서 비즈니스하기 가장 좋은 도시




시몽 뷔로는 지난 25년간 무려 14년을 한국에서 거주한 캐나다 비즈니스 맨이다. 명예 서울시민이자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활동중인 열혈 한국 예찬론자로 널리 알려졌다.

“싱가포르요? 너무 심심하죠(boring)….”

“도쿄는 지나치게 비싸잖아요(expensive)….”

“음…, 상하이는 아직은 번잡합니다(mess).”

“아시아에 또 어디가 있을까요. 마닐라 자카르타 방콕 정도…. 물론 모두가 훌륭한 도시들이지만 공해도 만만치 않고 치안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어요. 저는 서울을 떠나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어요. 한강에서 수상스키를 타고 북한산에서 암벽등반을 할 수 있어요. 수많은 갤러리와 공연장 그리고 최고의 식당이 반경 10㎞ 안 메가시티 안에서 가능합니다. 서울은 최고의 비즈니스 도시에요.”

어째서 서울에서만 살았냐는 질문에 내놓은 시몽 뷔로(Simon Bureau·49)씨의 답변이다. 실제 그만큼 서울에 오래 거주한 인물 가운데 '서울예찬론'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인물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백인치고는 약간 작은 키, 그러나 차돌같이 다부진 인상 그리고 영어 발음 사이로 섞여 나오는 유창한 한국어….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그가 과연 어느 나라 출신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계 캐나다인 입니다. 하지만 서울 (명예)시민이기도 하죠.”

컨설팅 회사인 벡티스(VECTIS)사의 대표이기도 한 시몽 뷔로는 1986년부터 한국 경제계와 폭넓고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비교적 널리 알려진 외국 경제인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25년간 무려 '14년'이나 한국에 거주하며 비즈니스를 해왔다는 것은 그가 빼놓지 않는 자랑이다. 게다가 자신이 중심이 되어 '주한 캐나다상공회의소'를 만들었을 정도로 한국과 캐나다 경제외교의 산파역을 맡기도 했다.

당초 한국 대기업들의 해외진출 컨설팅이나 외국계 기업들의 한국 진출을 돕던 그는 몇 년 전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됐다고 한다.

“아니, 이렇게 뛰어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어째서 우물 안의 개구리에 머물고 있을까? 한국경제나 지나치게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나라도 중소기업을 도와야 하는 게 아닐까?”

그를 한국 경제계의 '스타'로 만든 책은 지난해 발간된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세트>란 저서다. 지난 25년간 한국에서의 경험을 녹인 내용으로 특히 "한국의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한민국경제가 산다"는 상식적이지만 파격적인 주장으로 화제를 불러 모은 것.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등 정재계 관계자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그가 한국기업을 위해 펼쳐 보인 'MIND-SET(마인드-세트)이론'은 하나의 유행어가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한국의 글로벌화에 대한 그의 현재 생각을 들어봤다.

시몽 뷔로는 특히 한국의 중소기업의 발전에 대해 고민하는 외국인이다. 또한 한국의 젊은이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멘터로 활약중이기도 하다.


■ 경쟁력 있는 한국의 중소기업에 대한 안타까움

-'글로벌 세트'이론 으로 유명해졌는데…?
"책을 낸 이후로 강연 요청이 많아졌다. 어디라도 가서 한국경제에 대해서 내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놀라운 점은 여전히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영어로 강연해야 한다는 것인데 젊은 청중들일수록 내 강연을 통역 없이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쁠 때도 있다."

-당신의 안타까움은 한국의 편중된 경제구조에서 나오는데…?
"물론이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제조업 생산의 50% 이상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한다. 그러나 현실은 대기업 집중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이다. 수출 역시 대기업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 독일 경제구조가 한국과 정반대인데…. 한국이 이 구조를 탈피 못하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요즘 한국 대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크게 성공적인데…?
"축하해야 할 일이다. 삼성 현대 엘지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수익성도 높아졌다. 누구도 대기업이 잘못되는 것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더 잘돼야 한다. 한국인을 80%나 고용하는 중소기업을 한국인들 스스로 무시하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

-어떻게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할까?
"현재는 경험도 부족하고 인력도 부족하다. 단순한 지원금은 답이 아니다. 중소기업의 약점은 기술력이라기보다는 해외 마케팅 능력인데 이들이 스스로 시장조사를 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해야 한다. 경험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반드시 직접해봐야 한다."

그가 주장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마인드세트' 이론이란 어렵지 않다. Mobility(기동성), Independence(독립성), Novel approach(새로운 접근), Diversity(다양성), hyphen(연결고리), Situation awareness(상황 인식), Equality(동등한 관계), Two way approach (양방향성) 등을 갖춰 변화된 경영 현실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

여기서 그가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 다름아닌 '독립성(indepent)'이다.

"8가지 글로벌 마인드-세트 중에서 한국 기업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적 상황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이나 사업 모델을 가지고 해외로 나갈 때는 한국적인 요소를 배제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아리랑TV ‘하트 투 하트’에 출연중인 시몽 뷔로.


■ 한국적인 특징은 경쟁력이면서도 족쇄…

그가 자주 언급하는 사례가 바로 전 세계 SNS의 시초라고 불리는 '싸이월드'다.

"한국의 촌수(寸數)를 바탕으로 온라인 인맥(SNS)을 만든 것은 분명 한국의 혁신 사례에요. 하지만 지나치게 친분만을 중시하는 폐쇄적인 관계에 머물렀어요. 그런 사이에 오픈된 페이스북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인맥 네트워크로 확장됐잖아요. 한국적 특성만 조금 버렸다면 싸이월드가 지금의 페이스북이 됐겠죠…."

물론 그가 한국적 비즈니스나 대기업의 행태가 잘 못됐다고만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그간 충분하게 글로벌 마인드를 갈고 닦아 왔기 때문에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에서 차를 파는데 힘들어 했어요. 그때 현대차가 '실직하면 차를 인수한다'는 마케팅으로 빅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어요. 진정으로 미국 시장을 이해했다는 방증이기도 해요. 최근 삼성전자를 찾은 유럽 통신사들은 삼성의 놀라운 적응능력에 감탄을 아끼지 않더군요. 함께 일하기 최적의 회사라는 칭송이었어요. 글로벌 마인드-세트가 갖춰졌다는 의미에요."

그는 한국의 대기업들의 해외시장 성공을 한국의 드라마나 가요(K-pop)의 성공과 비교해 설명하기도 했다. 선진국에서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개발도상국에서는 롤모델이 되는 전략으로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산업국이라는 점이 매력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가 모든 한국 대중문화 상품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작품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대목도 엿보이지만 한국의 경제 문제와 비슷한 구조도 찾아볼 수 있다고 털어 놓는다.

"케이팝 걸그룹은 너무나 비슷해서 구분이 안되더군요(웃음). 투애니원(2NE1) 정도가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한국의 인디밴드가 힘든 것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과 묘하게 비슷한 것도 흥미롭더군요."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는 시몽 뷔로의 한국경제 비판서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 세트’

■ 한국과 캐나다는 미래를 위한 최상의 파트너

한국 시장을 개척한 캐나다인으로서의 자부심도 그는 숨기지 않았다. 현재 캐나다는 한국과 100억 달러의 교역규모로 성장시켰고 수많은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영어 선생님을 수출하는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했다.

"한국과 캐나다는 서로가 반드시 협조해야 하는 '미들파워(middle power)'의 대표적 국가들입니다. 한국은 캐나다의 거대한 자원을 필요로 하고 캐나다는 한국의 역동성을 원합니다. 완벽한 상보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컨설턴트가 직업인만큼 그는 대부분 한국기업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묘사할 때가 적지 않다. 그러나 직접 만나본 그의 한국 사랑은 뼛속까지 깊숙히 박혀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한국의 '숨길 수 없는' 매력에 대해 물었다.

"글쎄요. 저는 투쟁심이라고 생각해요. '파이팅 정신'(웃음). 전자 게임만 살펴봐도 미국과 일본 젊은이들은 콘솔 게임을 하는데 한국인들은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을 좋아하잖아요. 기본적으로 싸우고 투쟁하기를 좋아한다는 뜻이에요. 저는 한국인들이 무척이나 강하고, 그만큼 성공하리라고 생각해요."

여기에는 그만의 전제가 포함됐다.

"다만 보다 근사하게 성공하기 위해서 '글로벌 마인드'를 전파하고 싶은 거예요. 한국인의 본질을 건드리고 싶지 않아요. 한국의 5000년 자부심은 간직하세요. 하지만 사업을 할 때는 때때로 해당 국가의 (특수)문화에도 적응을 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보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 말이죠. 간단하죠?"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