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삼성증권 UHNW사업부장 상무
그렇다면 과연 어떤 PB를 선택해야 좋을까. 대부분은 실력, 학벌 등 모든 면에서 역량이 뛰어난 PB라고 대답할 것이다.
필자가 만나 본 많은 거액자산가는 PB를 선정하기에 앞서 지점장과 담당임원을 먼저 만나보라고 권한다. PB를 추천 받기 위해서다. 이때 그들은 PB들의 학력, 경력, 성별 등 기본정보뿐만 아니라 관리하는 고객 수, 자산 규모 등 다양한 정보를 함께 요청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거액자산가들은 담당 PB와 상담을 하고 투자를 진행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종종 변경해 달라고 요청한다. 바로 ‘궁합’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시장과 투자에 대한 견해가 PB와 맞지 않으면 투자에 이익이 나도 내심 불편하며 손실이 발생하면 견해차가 더 벌어진다. 거액자산가들의 PB 선정 기준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거액자산가들이 이처럼 까다롭게 파악하고자 하는 PB의 진짜 덕목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목마른 선비와 마을 처녀의 일화를 이야기한다. 목이 몹시 마른 한 선비가 마을 처녀에게 물 한 바가지를 부탁한다. 그 처녀는 선비가 급히 물을 마셔 체하는 일을 막기 위해 일부러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웠다.
PB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금융상품 하나를 추천하더라도 수익률에 목이 마른 고객이 너무 급히 덤벼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신중함이 자산관리자들이 갖춰야 할 최고의 미덕이다. 또 항상 겸손한 자세와 고객의 자산을 섬길 줄 아는 마음가짐 역시 꼭 필요하다. 여기에 투자의 리스크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관리하는 세심함은 물론 적절한 투자방안에 대해서는 고객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끌 수 있는 결단력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올바른 PB를 선택하고 싶다면 과연 그 사람이 PB로서의 덕목을 갖췄는지 본질을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거액자산가들이 관상을 보고 본인이 제대로 판단했는지 유예기간을 갖고자 하는 것은 겉모습보다 내면을 파악하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이재경 삼성증권 UHNW사업부장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