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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공직자 로펌 취업 제한

입력 | 2011-05-18 03:00:00

정부, 회계법인-금융지주사도 규제 추진… 내달 靑 보고




퇴직 공무원의 로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4급 이상 공직자가 퇴직 후 일정기간 대형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금융지주회사 등에 취업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강력하게 추진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고위 공직자가 법무법인 등으로 옮기면 과거에 지휘하던 부하 공무원에게 부적절한 압력을 행사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에 따라 이 같은 방향으로 퇴직 공무원 취업 관련 법안을 손질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가 퇴직 공무원의 전관예우라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퇴직공직자의 취업 제한 방안은 조영택 민주당 국회의원 등 의원 100명이 올 3월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도 포함돼 있다.
▼ 취업제한 업무 ‘퇴직전 3년→5년’ 강화 ▼
법조계 전관예우 금지보다 훨씬 엄격

개정안은 ‘퇴직 전 3년 이내 소속 부서 업무와 관련 있는 회사’에 2년간 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 부서 업무’로 강화했다. 다만 변호사나 회계사 등 자격증이 있는 공직자는 예외다.

행안부는 의원 발의된 개정안에 들어간 내용을 일부 포함한 공직자 전관예우 규제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 달 초 청와대에 보고할 방침이다.

○ 사회적 영향력 큰 회사는 ‘노(No)’

행안부가 퇴직 공직자의 취업을 규제하려는 것은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금융지주회사 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서는 공직자의 취업 제한 대상 기관에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이 아예 빠져 있다.

행안부는 이와 함께 관련 기관으로부터 퇴직 공직자를 고문 등으로 위촉하게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일절 받지 않고 해당 기관에 먼저 추천하는 일도 방지하는 방안을 명문화할 계획이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공직자윤리법 개정은 한층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차명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취업이 제한되는 조건을 대폭 강화했다. 현행법은 ‘소속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리사기업체 취업’을 제한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아예 ‘소속 기관 업무’로 규정해 사실상 일정 기간 관련 업체 취업을 전면 금지한다. 이 방안은 퇴직 전 근무한 지방법원이나 검찰청이 관할하는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개정 변호사법과 비교할 때 규제 강도가 훨씬 세다. 법조계의 전관예우를 차단하기 위한 ‘개정 변호사법’이 ‘대어’만 잡을 수 있는 그물이라면 이는 송사리도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촘촘한 그물망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 정부부처에 대한 로비 차단이 목적

행안부가 강도 높은 퇴직 공무원 취업 제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로펌 등으로 직행한 공직자가 근무 부처는 물론 고시 후배 등이 근무하는 다른 부처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작용 때문이다. 대형 로펌이 민형사 소송을 다루는 것 외에도 정부 주요 정책을 빨리 파악해 계약한 기업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자문해 주고 있는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부처의 입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각종 정책과 법률을 기업이익에 부합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부처 퇴직 공직자가 필요한 게 현실이다. 행안부의 규제 방안과 의원 발의된 개정안만 통과돼도 이런 부작용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 실효성은 미지수

행안부는 구체적인 규제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기준 확정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적 정서로 보면 공정 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퇴직공무원의 취업을 지금보다 강하게 규제해야 하지만 과도하게 규제하면 공직자 반발과 함께 ‘취업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이 때문에 17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행정연구원 주최 ‘공직자 전관예우 관행 개선 방안 세미나’ 내용을 경청하는 등 외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여론 수렴에 나서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공직자 윤리법 적용 대상 확대’, ‘고위직 1∼2년 취업 제한’ 등의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