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리플리\'에서 장미리(이다해)를 사이에 두고 송유현(박유천)과 삼각관계를 그리는 장명훈 역의 김승우.
MBC 새월화드라마 '미스 리플리'의 제목은 '리플리 증후군'에서 따왔다.
'리플리'는 패트리샤 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 의 주인공 이름으로 신분 상승 욕구에 사로잡혀 거짓말을 일삼다 결국은 자기 자신마저 속이고 환상 속에서 살게 되는 인물이다. 이 주인공 이름을 따와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꿈꾸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으면 가공의 세계를 만들어 그곳에서 살게 되는 유형의 인격 장애를 '리플리병' 혹은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의 삶을 내 삶처럼 살아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배우는 작품마다 '리플리 증후군'을 겪을 터. '미스 리플리'에서 13살 연하의 미모의 재벌2세와 결혼해 성공가도를 달리다 40대에 접어들어 진정한 첫사랑을 만나 방황하는 장명훈 역을 맡은 김승우(42)는 "작품마다 '리플리 증후군'에 시달리곤 한다"고 말했다.
MBC '미스 리플리'의 주인공 4인방. 김승우 이다해 강혜정 박유천(사진 왼쪽부터). 연합뉴스.
"10년 전 즈음 멜로물을 많이 했었는데 하도 많이 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재미가 없어졌어요. 연기자가 내가 하는 연기가 재미없으면 발전이 없죠. 그 때 나이를 먹어서 흰머리가 많아지면 그 나이에 맞는 멜로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어느새 그 나이가 됐고, 이젠 내 나이에 맞는 사랑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미스 리플리' 속 멜로는 핑크빛은 아니다. 우울하고 어두운 지독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는 "배우 입장에서는 괴로운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장미리를 사랑하는 연기를 두 달 넘게 하게 될 텐데 작품을 하는 동안 정신적인 상처를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지난 2년간 '독한 역'만 골라서 한 김승우는 "강한 역할을 하다보면 영혼이 상처받는다"며 "이 때문에 작품을 끝낼 때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대부분 배우들이 한 작품 끝나고 휴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거든요. 전작이 영화 '나는 아빠다'였는데, 끝난 이후에 많이 괴로웠습니다. 많은 휴식이 필요했어요. 저도 두 아이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인 평범한 남자이지만 촬영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배우거든요. 예전에는 정신적인 치료를 받는 걸 쉬쉬하고 눈치보곤 했는데 이제는 주변 배우들도 많이 받아요. 저 또한 2년 전 강한 역할을 맡으면서부터 받고 있고요. '미스 리플리'에서 '내상'을 많이 입을 것 같은데, 그러면 또 정신적인 치료를 받을 겁니다."
"마흔이 넘으니 깊이를 가지고 싶다,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일반적인 작품보다는 나를 죄일 수 있고 괴로워하면서 연기할 수 있는 자극적인 역을 맡고 싶어요. 지금 마음으로는 '미스 리플리'가 빨리 방송이 되고 평가받고 끝내고 쉬고 싶다는 생각인데, 또 나를 괴롭혀 줄 수 있는 작품이 들어오면 쉬지 못할 것 같아요."
시청자들은 매 작품 비중을 떠나 굵직한 여운을 남기는 그에게 '미친 존재감'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미스 리플리'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냐고 묻자 그는 웃음부터 터뜨렸다.
"드라마 보고 판단해 주세요. 저 놈이 미쳤는지 안 미쳤는지."
김승우 이다해 강혜정 박유천 등이 출연하는 '미스 리플리'는 30일 오후 9시 55분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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