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총리실 홍보 자문격으로 방한
일본 총리실 홍보 자문격인 ‘내각관방참여’를 맡고 있는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 오사카대 교수(49·사진)가 동일본 대지진 이후 복구 상황을 알리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내각관방참여는 총리실 자문역을 하는 외부인사 직책이다. 극작가로 유명한 히라타 교수는 1984∼1985년 연세대에서 공부한 지한파(知韓派). 17일 서울 종로구 일본공보문화원에서 만난 그는 “이제 다시 일본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산 농수산물에 대해 걱정이 많다.
―일본 정부의 대처가 미숙해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지진보다 원전이 문제였다. 총리실, 도쿄전력, 경제통상성 등이 서로 다른 소리를 냈다. 의사소통 문제였다. 그러나 대지진 대응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정부가 크게 잘못한 건 없다’고 본다. 이런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영웅을 찾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절대적 리더십은 영화에서 마징가(로봇)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지난해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로 한국연극대상 작품상을 탄 뒤 “쇠락해 가는 일본을 애정을 담아 그리는 것이 작가로서의 의무”라고 말했다. 대지진으로 일본은 더 쇠락했나.
“내 연극이 일본의 일그러진 모습을 부각하니까 한국에서 좀 알려진 것 아닌가(웃음). 경제적으로 본다면 더 쇠락한 게 맞다. 대지진 이후 경제적으로 일본을 재건해야 한다고 믿는 이도 많다. 나는 일본 사회가 문화적으로 성숙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본다.”
“독도 문제에 대해 ‘과격하게’ 기술한 책은 일본 학교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영토 문제는 두 나라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일 모두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한중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이명박 대통령이 ‘조선왕실의궤’를 가지고 오려 했지만 일본 참의원에서 상정이 안 돼 차질을 빚게 됐다.
“한국에서 일본이 몽니를 부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일본 정치 상황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다. ‘약속을 완전히 지키고 싶다.’ 이게 일본 정부의 심정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