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간 2800조 손실”… 환경부-KEI ‘기후변화 경제분석’ 보고서
영화 장면이 아니다. 한반도에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맞이하게 될 ‘2100년 한반도’의 모습이다. 이번 한국판 스턴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온난화가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빨리 진행된다는 점이 반영됐다. 1912년경 한국의 평균 기온은 약 12도였지만 2005년에는 약 13.5도로 1.5도 높아지는 등 같은 기간 세계 평균 기온 상승폭(0.74도)의 2배나 된다.
○ 한반도가 줄어든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간연구 결과(1차년)에서는 기후 변화 피해액이 800조 원(2100년 누계)으로 나왔다. 하지만 연구가 마무리되자 총피해액은 2800조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국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5배를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연구자들은 △농작물 생산 하락에 따른 비용 예측 △산림 식생분포 예측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피해 △여름철 고온에 따른 초과 사망자 산출 등을 토대로 피해액을 추산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피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한반도 지형 변화.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 1m 상승 시 내륙 건조지역은 약 854km²(약 2억5833만5000평)가 물에 잠긴다. 습지는 약 2368km²(약 7억1632만 평)가 침수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온난화가 심화될 경우 해수면은 2100년까지 1m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침수지역(3222km²)은 서울(605.41km²)의 5배에 이른다. 해당 지역이 물에 잠기면 관내 농작물, 건물 등 사회 인프라가 물에 잠겨 약 1400조 원의 피해가 발생한다. 또 국내 111개 해안을 분석한 결과 해수면이 1m로 상승하면 해안의 모래 80%가 깎여 없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광우 KEI 연구위원은 “해운대 해수욕장의 폭이 100m면 이 중 80m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벼, 보리 감소로 약 700조 원 피해, 식량대란 우려
온난화로 식량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보고서에는 벼농사의 경우 기온이 1도 증가할 때마다 벼 생산량이 15만2000t(전체의 2.93%) 감소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또 2100년까지 기온이 4도 오르면 보리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2041∼2070년 6∼7% 감소, 2071∼2100년 19∼20% 감소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국립농업과학원 심교문 박사는 “온도가 올라가면 벼, 보리 등의 생육기간이 짧아지면서 알곡이 제대로 여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2100년까지 침엽수림이 25% 감소해 목재 생산량 감소, 식생 변화 등 생태계 피해가 최소 3300억 원, 최대 2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또 공업, 농업용수 등 수자원 부족으로 200조 원 내외의 피해가 추가된다.
○ “전체 피해 집계하면 피해액 눈덩이”
연구자들은 “피해 예상 분야를 더 추가할 경우 피해액은 훨씬 늘어난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 중 보건 피해의 경우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만 계산됐을 뿐 온도 증가로 발생할 전염병 사망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 식량 피해도 벼, 보리 등 작물 피해만 추계했을 뿐 축산과 원예가 빠졌다. 생태계 피해도 동물 곤충 등의 감소는 예측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다.
채여라 KEI 책임연구원은 “산업, 재해, 수산업 피해 등이 추가되면 피해액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반면 열대과일 증가, 난방비 절감 등 비용이 감소하는 부분도 포함시키는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저감 등 온난화 예방책에 300조 원을 투자하면 피해액 800조 원이 감소되는 등 각종 대책이 활성화될 경우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