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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손절매 제때 하나? 내 투자성향부터 분석하라

입력 | 2011-05-20 03:00:00


길재홍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투자커뮤니케이션팀 이사

한국과 미국의 야구중계에는 재미있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 ‘원 스트라이크, 투 볼’처럼 스트라이크를 먼저 말하는 반면 미국은 ‘투 볼, 원 스트라이크’로 볼을 먼저 얘기한다. 투수에게 스트라이크는 유리하고 볼은 위험하다. 그런데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몇 개 던졌는지에만 관심을 둔다면 좋은 투구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투자와 비교하면 스트라이크는 수익, 볼은 위험이라 할 수 있다. 한국야구가 스트라이크를 먼저 말하는 것처럼 국내 투자자도 수익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투자 성향을 영어로 ‘리스크-리턴 프로파일’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도 리스크가 먼저 언급된다. 재무와 투자를 학문적으로 먼저 완성한 미국, 유럽에서는 위험을 수익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100년 넘는 역사의 미국야구가 볼을 먼저 말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리스크-리턴 프로파일은 투자자가 최대로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정도와 그를 통해 얻고 싶은 수익의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유용한 정보지만 계량화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원금 대비 20%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다고 한 투자자가 실전에서도 이만큼 손실을 받아들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또 심리 상태와 날씨, 시간에 따라서도 프로파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리스크-리턴 프로파일에만 의지해 투자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리스크-리턴 프로파일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첫째, 원금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를 청산하는 ‘손절매’다. 펀드 투자자라면 펀드를 환매하는 것으로 투자하기 전에 전문가와 상담해 손절매 규모를 정해야 한다. 둘째, 이익 목표를 정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손실은 한정하면서도 수익은 계속 키우려는 욕망을 갖고 있지만 이익 목표가 정해지지 않으면 실제 얻는 수익은 보유 기간에 발생했던 최대 수익보다 적을 때가 많다. 좀 더 높은 수익을 욕심내다가 급락장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고 평가 수익과 비교해 일정 비율 하락하면 투자를 청산하는 ‘추적 청산’이다. 예를 들어 펀드 수익이 계속 상승해 이익 목표를 실현한 뒤 최대 수익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하락하면 추적 청산에 따라 펀드를 환매하는 것이다. 이러면 자산가치가 하락할 때 괜히 반등을 기대했다가 가격이 더 떨어져 추가 손실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사전 준비는 투자자 본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투자 대상을 찾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면서 정작 자신의 투자성향을 분석하는 데는 소홀한 편이다. 투자자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산 및 시장정보를 받아들이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창문 밖을 내다보기 전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더 오래봐야 한다.

길재홍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투자커뮤니케이션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