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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장 ‘월인석보’등 문화재 헐값매각 의혹

입력 | 2011-05-21 03:00:00

“시가 20억원대 18점, 수사 시작되자 10억원에 팔아”
정창수 -임상규씨 곧 소환 ‘공무상 비밀누설’ 처벌 검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20일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은행이 영업정지 되기 전에 예금을 빼낸 것으로 확인된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과 임상규 국립 순천대 총장을 조만간 불러 인출 경위를 파악한 뒤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정 전 차관의 경우 국토부 차관으로서 직무상 얻은 영업정지 예정 사실을 부인에게 알려줘 돈을 찾게 했다면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은 저축은행의 대규모 영업정지로 인한 부동산 경기침체 등에 대해 금융당국과 국토부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 전 차관이 관련 정보를 얻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임 총장의 경우 국립대 총장으로 공무원 신분이긴 하지만 저축은행 영업정지와 직무상 연관이 없어 처벌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내부적으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영업정지 방침을 결정한 1월 25일 직후에 예금을 인출한 만큼 영업정지 예정 사실을 고교 동문이자 사돈인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이 알려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내부 방침을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들이 곧바로 파악했다고 볼 수 있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부산저축은행의 로비 창구로 알려진 브로커 윤모 씨(56)를 19일 구속하고 정관계 로비 수사에 착수했다. 윤 씨는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의 측근으로 3억 원을 받아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2000년에도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염화칼륨을 납품하던 S사 대표 구모 씨의 의뢰로 포항제철에 납품 재개 로비를 벌인 혐의(사기)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윤 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생의 전 비서 문모 씨, 정주일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 김모 씨,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의 조카사위 김모 씨와 함께 구 씨에게 1억9000만 원을 받아 로비를 벌였으나 실패했다. 검찰은 윤 씨가 이런 인맥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을 상대로 로비에 나섰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또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이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월인석보’ 등 보물급 문화재 18점(시가로 약 20억 원)을 대부업체 대표 심모 씨에게 10억 원에 헐값 매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은행장이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되면 환수해 예금주의 피해보상 재원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한편 부산저축은행 계열 은행에서 후순위채권을 산 피해자들로 구성된 ‘후순위채 비상대책위원회’는 부산저축은행과 금융당국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후순위채권이란 일반예금보다 금리는 높지만 은행이 파산했을 때 돈을 돌려받을 순위가 낮은 상품으로 부산저축은행은 영업정지 직전에도 예금주에게 후순위채권 구매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자체조사 결과 피해자는 3000여 명, 피해금액은 1132억 원에 이른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