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탄압-권력세습-경제난 거의 다루지 않아
올해부터 사용 중인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6·25전쟁이 남침에 의한 것임을 명확히 할 것 등을 정부가 집필 기준으로 제시해 바로 직전 사용된 교과서보다는 편향성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여전히 ‘좌편향적’이라는 평가다.
북한 정권에 대한 우호적인 서술,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의심하게 할 수 있는 묘사, 자유·민주적 방식에 의한 통일 관점 약화, 6·25전쟁에 대한 불균형한 서술 등이 사례로 꼽힌다. 현재 사용 중인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미래엔컬처그룹, 법문사, 비상교육, 삼화출판사, 지학사, 천재교육 등 6종이다.
이들 교과서 중 상당수가 북한 체제에 더 정통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묘사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광복 후 북한의 토지개혁을 설명하면서 북한이 “남북에서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였던 토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토지개혁을 전면적으로 실시하였다”고 서술하면서도 그것이 매매나 저당이 금지된 경작권에 관한 것이었다는 것과 그나마 1954년에 도로 회수돼 집단농장화했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은 것(천재교육)이 한 예다.
이런 교과서 내용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대한민국의 정부 수립은 가만히 앉아서 누가 가져다준 것을 받는 일이 아니었다”며 “이승만의 독재는 독재대로 비판하되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민주체제의 대한민국을 세운 노력은 노력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비밀 해제된 소련 문서로 북한 정권이야말로 소련의 강력한 지배를 받았다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북한 정권에 정통성이 있는 듯한 분위기가 교과서에 많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6·25전쟁에 대해서도 국군과 미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는 ‘거창사건’이나 ‘노근리사건’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인민군에 의한 피해는 두루뭉술하게 서술(삼화출판사, 천재교육)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 대부분이 권위주의 정권기에 그 반발로 생성된 좌편향적 관점을 갖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 사용 중인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2013년부터 새 교과서로 바뀔 예정이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태진 명예교수)가 새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제작된 교과서의 검정업무도 국사편찬위원회가 맡는다.
국사편찬위원회는 현재 3분의 2 이상이 근현대 중심으로 돼 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내용을 대폭 줄여 이를 10%로 낮추고 학생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집필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