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한중일 정상회의
동일본 대지진 이재민 위로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21일 오후 일본 미야기 현 아즈마 종합운동공원 내 체육관에 차려진 동일본 대지진 피난소를 방문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미야기=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그러나 하루 전인 2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격 방중에 나섬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정상회담에선 김 위원장의 방중 이슈가 심도 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 한중 정상 60분 동안 무슨 얘기?
뉴오타니 호텔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원 총리의 단독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30분보다 훨씬 긴 60분 동안 진행됐다.
단독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만 참석했다. 그만큼 양측 정상이 ‘외부 비공개’를 전제로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 총리가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논리와 구상을 상세히 설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을 안고 가겠다는 태도를 거듭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날 채택한 3국 정상선언문은 “북한이 주장하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관한 우려가 표명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UEP 문제는 북한의 ‘주장’일 뿐 국제사회가 확인한 바 없으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논의를 시작할 수 없다는 논리를 중국이 관철시킨 것이다. 또 1월 미-중 정상회담 때는 ‘우려의 주체’가 워싱턴과 베이징 정부로 명시됐지만 이번에는 ‘수동태 문장’이 쓰이면서 주체가 모호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그럼에도 정상선언문에 UEP 문구가 들어간 점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다만 “북한의 핵 보유에 반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외교정책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는 등 북핵 해결을 위한 노력은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도 3국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대화 때 북한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데 3국 정상이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 한일 정상, 원전 협력 강화
도쿄 게이힌칸(迎賓館)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선 일본 대지진 경험 공유가 강조됐다. 두 정상은 어느 한 나라에서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인적 물적 지원을 위한 양국 간 방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적절한 시기에 실무 차원의 전문가회의도 갖기로 했다.
한편 간 총리는 조선왕실의궤의 조기 반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반환을 통해 양국 문화 교류와 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한중일 FTA 연구 연말까지 종료
이에 앞서 3국 정상은 게이힌칸에서 2시간 동안 정상회의를 열고 정상선언문과 부속문서를 채택했으며 원자력 안전을 위해 비상 시 조기통보 체제를 구축하고 사고 시 기류 분석 및 예측 정보를 교환하는 등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3국이 지리적으로 가까워 한 나라의 원전 사고나 재난은 세 나라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보 교환 등 제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3국 정상은 내년 말까지 끝내기로 했던 3국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산관학 공동연구를 1년 앞당겨 올해 말까지 종료하고 3국 투자협정 협상도 연내에 끝내기로 했다. 또 지난해 합의했던 3국 협력사무국을 올 하반기에 서울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2년 임기로 순번제로 맡게 될 첫 사무총장에는 신봉길 외교부 국제협력대사가 내정됐다. 내년 5차 정상회의는 중국에서 열린다.
:: 정상선언문 부속문서(요지) ::
●재난관리: 한 나라에 중대 재해 발생 시 신속히 재난구호팀과 물자를 지원. 재해국은 가능한 한 신속히 접수.
●원자력 안전: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정보를 최대한 제공. 긴급 시 조기통보체제 구축. 원전사고 시 기류분석 및 예측정보 공유.
●지속가능 성장: 원전사고 맞아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성 제고 필요성에 주목. 저탄소기술 확산을 위한 협력체제 구축 중요성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