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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션/동아논평]황우여 원내대표의 잘못된 처신

입력 | 2011-05-23 17:00:00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난 과정을 둘러싼 여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을 겸하고 있는 황 원내대표가 기자들을 따돌리며 박 전 대표를 만나서 나눈 대화 내용을 일일이 기자들에게 브리핑까지 한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황 원내대표는 19일 서울 강남에서 박 전 대표를 만나 당내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황 원내대표에게 "정치개혁에 있어 후퇴는 있을 수 없다"는 취지로 얘기했습니다. 4·27 재·보궐선거 참패 후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당권-대권분리 논의에 대해 쐐기를 박은 것입니다. 당권-대권 분리 방침은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정치개혁 차원에서 만들어놓은 것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이 만난 뒤 황 원내대표의 대응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황 원내대표는 자신의 수첩에 박 전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을 꼼꼼히 적은 뒤 이를 토대로 기자들에게 박 전 대표의 발언 내용을 직접 브리핑했습니다. 그동안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이 주로 브리핑을 했지만, 이번엔 대표 권한대행이 직접 나서서 총대를 멘 셈입니다. 더욱이 당권-대권 분리 등 당헌 당규 문제는 엄연히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역이어서 비대위를 무력화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만날 때도 당 대표가 직접 브리핑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황 원내대표의 과잉친절은 미래권력에 대한 줄서기 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친이계 전여옥 의원은 "황 원내대표가 박근혜의 원내대표냐"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친박 진영도 상당히 당황해하고 있지만 정의화 비대위원장도 어제 황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불편한 뜻을 내비쳤다고 합니다. 민주당은 아예 "알현"이라는 표현을 쓰며 날을 세웠습니다.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자 황 원내대표는 22일 기자회견에서 "당의 지도부로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을 섬기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아무래도 궁색해보입니다. 그동안 다른 헌법기관들과 만난 뒤에도 본인이 직접 브리핑까지 하며 대응한 적이 있었나요. 명색이 쇄신과 변화를 내걸며 선출된 원내대표가 대세를 추종하는 한나라당의 고질적인 DNA를 그대로 보여준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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