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ㆍ중관계의 '긴밀화'가 뚜렷한 추세로 확인됨에 따라 북핵 6자회담 재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방중은 현 북ㆍ중관계가 그간의 정무ㆍ안보 중심에서 벗어나 경제분야로 저변을 넓혀가며 전방위적 '결속'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북ㆍ중 경협의 상징무대인 동북 3성을 거쳐 '남순(南巡)'에 나선 김 위원장의 방중 동선은 양국간 경제협력의 속도감 있는 흐름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과 그에 따른 북ㆍ중관계의 긴밀화 추세는 현 국면에서 중요한 정치외교적 함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단절되고 국제적 제재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중국에 정치ㆍ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 이외에 생존대안이 없다고 판단을 내리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천안함 사태 이후 조성된 '한ㆍ미ㆍ일' 대 '북ㆍ중'의 신(新)냉전 구도가 표면적으로 무디어진 모습이지만 내적으로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중국의 한반도 문제 '개입'이 확대됨을 의미한다. 동북아 역내안보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미ㆍ중간 갈등이 빚어지는 구도 속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북ㆍ중관계의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특히 중국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동북진흥계획'인 창ㆍ지ㆍ투(長吉圖.창춘ㆍ지린ㆍ투먼) 프로젝트를 나선지역 개발과 연결지으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꾀할 개연성이 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중국의 개입확대가 6자회담 재개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이다. 일단 북핵 외교가에서는 현재 남북 비핵화 회담을 출발점으로 하는 6자회담 재개 흐름에 유리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중국은 동북아 역내의 주도권을 잡고 '책임있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6자회담 재개에 적극적이다.
동북아 정세불안의 진앙인 북한 핵문제를 '관리'하면서 권력승계 과정에서 노출될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서는 개혁ㆍ개방을 겨냥한 경협확대와 투자를 내걸어 북한으로 하여금 남측과의 '비핵화 대화'에 나서도록 독려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식량난이 발등의 불인 북한으로서도 중국으로부터의 '지원'이 현실적으로 다급한 상황에서 중국의 요구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경우 북ㆍ중을 압박해온 한ㆍ미ㆍ일로서는 호응할 가능성이 크고 6자회담 재개 흐름은 강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방중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수순밟기'의 성격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그동안 강경책을 고수해온 북한으로서는 이번 방중으로 대화복귀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면서 "방중 이후에 남북 비핵화 회담에 대해 북측으로부터 '신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의도대로 북한이 움직여줄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중국이 남북대화를 시작으로 하는 3단계 재개안을 수용하라고 북측에 요구할 경우 북측은 대화단절의 책임을 오히려 남측에 떠넘기며 현재의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미가 각 대화 단계의 전제조건을 강하게 내걸고 있는 점을 걸림돌로 지적하며 '조건없는 6자회담'을 재개하라거나 아니면 전제조건의 완화를 주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반발할 가능성을 우려해 '강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중국이 북측에 요구하고 있는 개혁ㆍ개방은 자칫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 구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자칫 북ㆍ중간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 내에서는 이 같은 북ㆍ중 경협 확대가 오히려 6자회담이 추구하는 '비핵화'라는 목표에는 오히려 저해되는 흐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규모 경제협력을 제공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의 대북제재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내보인 뒤 6자회담 재개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한ㆍ미ㆍ일의 구상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조만간 있을 북ㆍ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수위의 '조율된 메시지'가 나오느냐가 정세 흐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