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기술 중 2번째… 정부, 충칭에 공장건설 조건부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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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파이넥스에서 철광석이 녹아 쇳물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약 3조2000억 원을 들여 중국 충칭(重慶)에 연산 300만 t 규모의 파이넥스 제철소(150만 t 2기)를 세울 계획이다. 중국 중앙정부의 최종 승인이 나면 포스코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세계 최대 철강시장인 중국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정부 “포스코 대주주 지분 확보 조건”
지경부는 우리의 핵심기술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충칭에 들어설 파이넥스 일관제철소(현지 합작사)의 대주주 지분(51% 이상)을 포스코가 확보하고 △핵심설비에 대한 블랙박스화(인가받지 못한 외부 인력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를 조건으로 투자 승인을 내주기로 포스코와 최근 합의했다.
파이넥스 공법은 세계에서 한국만 보유한 기술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50개 국가 핵심기술 중 하나다. 이 법에 따르면 파이넥스처럼 연구개발에 국비가 들어간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에 매각 혹은 이전하려면 총리실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설사 국비가 투입되지 않았더라도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산업기술보호위의 의결을 거쳐 정부가 수출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포스코가 세계에서 처음 상용화한 첨단기술로 100여 년간 이어져온 기존 고로(高爐)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공법이다.
특히 기존 고로처럼 대기에 노출된 상태에서 철광석과 유연탄 가루를 덩어리로 만들 필요가 없어 오염물질인 황산화물과 질산화물 발생량이 고로의 1∼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제철장비의 노후화가 심각해 교체 수요가 많은 중국이 파이넥스 투자 유치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해 8, 9월 국영업체인 충칭강철 및 중국 최대 민간 철강사인 사강그룹과 각각 파이넥스 합작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는 이 중 한 곳과 최종 계약을 할 예정이다.
정부가 기술 유출 우려에도 파이넥스 일관제철소 건설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급증하는 중국 철강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중국의 철강 수요는 1996년 1억 t에서 2009년 5억4000만 t으로 급증해 현재 전 세계 철강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게다가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하면 인도 등 세계 각국으로 파이넥스 제철소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함께 열린다.
지경부 관계자는 “기술보호를 위해 파이넥스를 국내에 묶어두면 더 큰 이익을 놓칠 것으로 판단했다”며 “중국에 짓는 150만 t짜리 제철소는 포스코가 포항에 지을 세 번째 파이넥스 제철소(200만 t)보다 한 단계 아래라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넥스 기술 일부가 중국에 흘러들어가도 국내와의 기술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한해 300만t 생산 규모… 中정부 최종 승인만 남아 ▼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파이넥스(FINEX) 제철 공법 ::
포스코가 세계에서 처음 상용화한 첨단기술로 기존 고로(高爐)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제철공법. 파이넥스 공법은 일반 고로처럼 철광석과 유연탄 가루를 덩어리로 가공하지 않고 바로 용광로에 부을 수 있어 각종 비용과 오염물질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