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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정일 중국 南巡의 슬픈 후진성

입력 | 2011-05-24 03:00:00


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특별열차를 타고 3000km를 이동했다. 비행기를 타면 하루 만에 갈 거리를 사흘이나 걸려 움직이고 모든 일정을 비밀에 부치는 시대착오적 행태는 이번에도 그대로다. 김정일은 고소(高所) 공포증 때문에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지도자 가운데 유례를 찾기 어려운 김정일의 비정상적, 비현실적 행보 자체가 북한의 슬픈 현실이다. 북한에서 김정일 같은 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한 북한에 어떤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김정일의 중국 방문 목적과 관련해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그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발전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해 초청했다”고 밝혔다. 김정일이 중국의 민생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개혁 개방 정책을 수용해 북한을 변화시키기를 바란다는 뜻일 것이다.

김정일은 10년 전인 2001년 1월에도 중국식 자본주의의 메카인 상하이의 푸둥 지구를 둘러본 뒤 ‘천지개벽’이라며 감탄했다. 그의 행로는 덩샤오핑이 1992년 상하이 우한 허페이 광저우 등 중국 남부 거점도시를 순회하면서 개혁 개방 로드맵을 제시한 ‘남순(南巡) 강화’를 흉내 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당시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일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 “상하이가 천지개벽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김정일이 수행원들에게 “도대체 그동안 무얼 했느냐”고 질책했다는 말도 흘러나와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북한판 ‘바꿔 바꿔’가 세차게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기대는 오늘날 북한 주민의 비참한 현실이 말해주듯 실망으로 끝났다.

북한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10년에 걸친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개혁 개방 대신 핵무기 개발을 계속했고 무력도발을 자행했다.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 주민 가운데 일부는 목숨을 건 탈북을 감행하고 있다. 김정일은 1983년 6월 단독 방문 이후 모두 8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다. 개혁 개방이 중국을 크게 바꿔놓은 사실을 김정일이라고 모를 리 없다. 그가 개혁 개방을 거부하는 것은 3대 세습을 통해 자신의 독재 체제를 유지하려는 목표에 방해가 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는 김정일 정권이 변화를 거부하면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