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박연호 회장 등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와 경영진이 1000억 원 이상의 비자금을 만들어 빼돌린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들이 정·관계 등 각계 로비에 사용하기 위해 마련한 100억 원대의 ‘로비자금 저수지’도 찾아냈다. 파렴치한 경영진의 비리(非理) 및 로비 전모를 밝혀낼 중요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사건의 본질은 초대형 금융사기 사건이다. 박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불법대출, 분식회계, 회삿돈 횡령을 통해 저지른 불법 규모는 7조 원을 넘는다. 중산층과 서민이 맡긴 돈을 자신들의 쌈짓돈인 양 마구 쓰고 회사를 부실덩어리로 전락시킨 사람들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대외(對外) 로비에 돈을 뿌렸다면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숨겨놓은 돈을 철저히 추적해 환수하는 동시에 엄중한 민형사상 조치가 따라야 한다.
박 회장을 비롯한 이 그룹 경영진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DJ) 정부 시절부터 진행된 제2금융권 구조조정 과정에서 특혜를 누렸다. 저축은행 규제 완화 조치가 나올 때마다 회사의 덩치는 커졌다. 초고속 확장 과정에서 자금 출처를 둘러싼 의혹과 로비설이 끊이지 않았다. 각계에 포진한 유력 인사들이 봐주지 않았더라면 이들이 10년 넘게 활개를 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검찰은 지난 10여 년간 금감원이 실시한 부산저축은행그룹 관련 검사 자료를 모두 확보하고, 이 기간 금감원의 검사라인 관계자 전원을 수사선상에 올려놓았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 ‘박연호 세력’을 비호한 금감원 등 전현직 유력 인사에 대한 로비와 특혜, 정경유착의 전모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