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 영화제 결산
‘은둔자’ ‘신비의 철학자’로 불리는 미국 테런스 말릭 감독(사진)의 ‘더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인생의 나무)’가 23일 오전(한국 시간) 막을 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장편 최우수상인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말릭 감독은 1979년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천국의 나날들’로 감독상을 수상한 이후 32년 만에 칸 영화제에서 두 번째로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숀 펜과 브래드 피트가 아버지와 아들로 출연한 ‘더 트리 오브 라이프’는 1950년대 미국 가정을 배경으로 부자간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말릭 감독은 기자를 거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철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1973년 ‘황무지’로 감독에 데뷔했다.
‘천국의 나날들’ 이후 20년간 칩거했던 그는 1999년 ‘씬레드라인’으로 복귀했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역사와 우주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을 받았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이번 시상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생활도 베일에 가려 있다. 상을 대신 수상한 이 영화의 빌 폴라드 프로듀서는 “그(말릭 감독)도 수상 소식에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전했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 벨기에 출신 장피에르와 뤼크 다르덴 형제 감독의 ‘더 키드 위드 어 바이크’와 터키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가 공동 수상했다. 감독상은 ‘드라이브’를 연출한 덴마크의 니콜라스 빈딩 레픈 감독이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미셸 아자나비시위스 감독의 ‘아티스트’에서 열연한 장 뒤자르댕에게 돌아갔다. 39세의 뒤자르댕은 ‘러키 루크’ ‘캐시’ 등에 출연했다. 여우주연상은 라르스 본 트리에르 감독의 ‘멜랑콜리아’에서 호연한 커스틴 던스트가 수상했다. 던스트는 ‘스파이더맨’ ‘이터널 선샤인’ 등으로 국내 관객에게 친숙한 배우다. 각본상은 ‘풋노트’의 요세프 세다르(이스라엘) 감독이 받았다.
한편 한국 손태겸 감독의 ‘야간 비행’은 학생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3등상을 수상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