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8군 사령관 “공동조사 적극 협력” 미군기지 캠프 캐럴 내 고엽제 매몰의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3일 정부중앙청사를 찾은 존 존슨 미8군 사령관이 육동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인사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사실로 드러나는 고엽제 매몰 의혹
하우스 씨는 주한미군 병사로 근무하던 1978년 캠프 캐럴 안에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가 든 드럼통(55갤런·205L들이)을 최소한 500개 이상 묻었다고 한국과 미국 언론에 폭로했다. 이 증언은 존 존슨 미8군사령관(육군 중장)이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사실과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다.
미8군 측은 이 화학물질이 고엽제인지는 보고서에 나와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 군 당국이 1968년과 1969년 비무장지대(DMZ) 인근의 북한군 예상 침투로를 불모지화하기 위해 고엽제를 살포하면서 이를 제초제라고 설명했던 전례를 감안할 때 캠프 캐럴에 묻었다는 화학물질도 고엽제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결국 고엽제로 추정되는 상당량의 독성물질을 캠프 캐럴 안에 파묻은 구체적인 시기와 지역에 대한 하우스 씨의 주장을 미8군 측이 확인해 준 셈이다.
하우스 씨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이뿐이 아니다. 미8군은 2004년 캠프 캐럴 내 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1개의 시추공에서 미량의 화학물질 흔적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미8군은 당초 시추공에서 ‘화학물질의 흔적’이 검출됐다고만 밝혔다가 ‘화학물질이 다이옥신인지 확인해 달라’는 문의에 “다이옥신이 맞다”고 확인했다. 다이옥신은 하우스 씨가 캠프 캐럴 안에 드럼통째로 묻었다고 주장한 에이전트 오렌지의 주요 성분이다.
○ 그래도 꼬리를 무는 의혹들
하지만 미8군은 화학물질이 어떻게 반입됐는지, 옮겨 처리했다는 ‘다른 지역’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캠프 캐럴 안에 매몰한 다량의 화학물질을 파내 다른 미군기지로 옮겼는지, 한국 내 다른 지역에 옮겼는지 규명해야 할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조사 과정에서 온갖 의혹들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파문 진화 나선 정부와 주한미군
주한미군은 고엽제 매몰 의혹 파문이 반미정서를 자극해 한미관계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존슨 사령관은 이날 국무총리실을 방문해 “한미 공동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앞서 21일엔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캠프 캐럴 현장을 답사했다. 미8군은 현장 방문 사진도 언론에 제공했다.
정부도 이번 사태의 실체 규명에 주력하는 한편 파장이 지나치게 확산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립암센터에서 전국의 암 발병률을 확인한 결과 왜관 지역 주변 사람들이 다른 지역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통계가 없다”며 “고엽제가 지하로 유출됐더라도 6년이 지나면 독성이 거의 사라져 이후론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