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5년 만의 중국 남방순회를 마치고 방중 5일째인 24일 오후 다시 서북쪽으로 향하는 특별열차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 반경 승용차 편으로 장쑤(江蘇) 성 양저우(揚州)를 떠나 차로 1시간 거리인 난징(南京)에 도착했다. 그는 난징에서 유명 전자업체인 ‘중궈뎬쯔슝마오(中國電子熊猫·중국전자 팬더)’를 참관했다. 이어 체육시설 등을 둘러본 뒤 오찬연회에 참석했으며 이어 특별열차를 타고 다음 행선지로 떠났다. 행선지는 당초 예상됐던 남쪽의 상하이(上海)행이 아닌 서북쪽이었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北京)으로 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회담을 할지,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 등 남방 도시 시찰을 계속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단 베이징으로 가는 것으로 보이나 우한 등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양저우에서 중국 지도자 만났나?
김 위원장이 이틀간 투숙했던 장쑤 성 양저우의 영빈관에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만났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영빈관 직원들은 김 위원장이 떠난 직후 동아일보 기자에게 한결같이 장 전 주석과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간부급 종업원은 “1호관에는 조선(북한) 총통(김정일)이 들었고 2호관에는 중련부(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일행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을 안내하는 중국 일행에는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양저우 만찬, 24일 난징 오찬 때 김 위원장 일행의 연회에서 공연을 펼쳤던 장쑤 성 가무극원 관계자도 “24일 오찬 때 김 위원장과 함께 공연을 본 사람은 다이 국무위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베이징의 한 분석가는 “장 전 주석을 만나지 않았다면 김 위원장이 양저우에서 이례적으로 2박이나 하면서 머무를 이유가 뭐냐”며 “김 위원장 귀국 이후 중국 측 발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양저우에서 머물렀던 곳은 절경
김 위원장이 22∼24일 머문 영빈관은 서우시후(瘦西湖)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최고급 빌라였다. 반도처럼 서우시후 방향으로 튀어나와 삼면이 호수에 둘러싸인 아늑한 곳이다. 5성급 호텔인 영빈관 내에서도 단연 최고급이다.
2층 건물로 건평만도 1000m² 이상은 돼 보였다. 1층에는 4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접견실을 비롯해 식당 등이 있다. 객실로는 특급 스위트룸 2개와 디럭스 스위트룸을 비롯해 여러 개의 더블 룸과 스탠더드 룸 등이 있다고 한다.
하룻밤 숙박비는 김 위원장이 묵은 초특급 스위트룸이 1만8800위안(약 316만 원)이다.
○ 쌍둥이 특별열차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 앞에는 외관 및 도색이 같은 ‘쌍둥이 열차’가 선도 열차로 운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난징 소식통은 24일 오후 2시 5분경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특별열차가 난징역을 빠져나가기 20여 분 전 특별열차와 꼭 빼닮은 또 다른 3량짜리 열차가 난징역을 먼저 떠났다고 말했다. 특별열차와 같은 짙은 녹색 바탕에 노란색 줄이 그어져 있었다. 다만 기관차 고유번호는 특별열차와 달랐다. 이 열차는 난징역에서 특별열차 우측에 나란히 서 있다가 김 위원장 일행이 난징역에 들어선 후 특별열차보다 먼저 출발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모두 25량이다. 수행 인원과 부식물 등이 많아 다소 긴 여정의 방중을 예상케 한다. 김 위원장은 중국 내에서 소비하는 대부분의 물과 음식을 북한에서 직접 가져오며 건강 상태에 대한 비밀 유지를 위해 배설물도 전량 회수해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날 난징 일대에는 후계자인 김정은의 방중설이 급격히 퍼졌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에 “난징에 ‘진싼판(金三반)’이 떴다”는 글이 올랐다. 진싼판은 ‘김씨네 3번째 돼지’라는 뜻으로 김정은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런 소문은 고려항공 비행기가 난징공항에 머문 것과 맞물려 급속히 퍼졌다. 고려항공 비행기는 방중 기간에 필요한 물품을 북한에서 직접 공수해 오기 위해 종종 수행하는 만큼 김정은 방중설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난징·양저우=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