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보합세 유지하다 이달들어 상승세… 중개업소 “작년 가을 전세난의 학습효과”강남-非강남 전세금 격차도 갈수록 커져
본격적인 전세 수요철이 아닌데도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 등 이른바 ‘교육특구’ 지역을 중심으로 사전 문의가 줄을 잇고 가격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세금이 오르자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주택 수요가 집중돼 있는 강남과 비강남권의 전세금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 강남·양천구는 전셋집 구하기 전쟁
김 씨는 “눈여겨봤던 아파트의 전세금이 이달 초에 비해 1000만 원가량 올랐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 계약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4월 이후 약보합세에 머물렀던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 등 대표적인 ‘학군지역’ 전세금이 5월 들어 심상치 않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양천구의 주간 전세금 변동률은 2월부터 최근까지 대체로 보합세를 유지하다 21일 0.23% 올랐다.
강남구 역시 4월 중순 1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인 뒤 줄곧 보합세를 유지하다 5월 중순부터 오름세(0.17%)로 돌아섰다. 강남구 대치동의 삼성래미안아파트 전용 59m²의 전세금은 5월 초 3억4000만∼3억8000만 원에서 25일 현재 3억5000만∼4억 원으로 1000만∼2000만 원 올랐다. 양천구 목동의 목동신시가지5단지 95m² 역시 같은 기간 전세금 하한가가 3억5000만 원에서 3억7000만 원으로 상승했다.
목동의 C공인 관계자도 “학군이나 학원가 때문에 이 지역을 떠나지 않으려는 세입자가 많아 전셋집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전세계약 줄고 월세계약 늘어
전세금 상승이 지속되면서 임대계약을 전세 대신 월세로 바꾸거나 부분전세(전세금이 오른 금액만큼을 월세로 받는 형태)로 전환하는 사례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5일 발표한 보고서 ‘전세시장 동향 및 구조 변화’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국 임대차 계약 중 전세의 비중은 62.3%에서 52.9%로 9.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부분전세는 13.8%로 4.8%포인트 늘었고 월세는 33.5%로 4.6%포인트 증가했다.
즉, 2년간 전국 가구의 평균 소득증가액이 약 578만 원으로 전세금 상승분의 20% 수준에 불과해 전세금 상승분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 KB경영연구소는 수도권의 전세가격 상승 원인을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수요자들이 전세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 전세금 서초구 2년새 가장 많이 올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서울 25개 구의 3.3m²당 평균 전세금을 조사한 결과 가장 비싼 구와 가장 싼 구의 가격 차가 2009년 5월 523만 원에서 올해 5월에는 704만 원으로 벌어졌다.
전세금이 가장 비싼 곳은 2년 전과 올해 모두 강남구로 3.3m²당 951만 원에서 1186만 원으로 올랐다. 반면 전세금이 가장 싼 곳은 2009년 강북구(428만 원)에서 올해에는 금천구(482만 원)로 바뀌었다.
또 최근 2년간 전세금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초구(258만 원)였으며 강남구와 송파구가 뒤를 이었다. 이른바 ‘강남 3구’가 매매가뿐만 아니라 전세금 상승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은평구는 2년간 40만 원 오르는 데 그쳐 최소 상승폭을 보였다.
한편 국토해양부가 25일 발표한 ‘4월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에 따르면 4월 거래 물량은 전국에서 4만2454건으로 3월(5만8175건)에 비해 27%가 줄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광역시에서는 3월에 비해 거래물량이 줄었으나 지방에서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