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구단 미드필더 골키퍼 등 2명 체포前 프로축구 선수출신 브로커 2명 구속매수된 골키퍼 4경기서 11골이나 실점올 초부터 소문…현역선수 체포는 처음
충격이다. 그동안 프로축구계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사행성 불법 토토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K리그는 벌집 쑤셔놓은 듯 뒤숭숭하다. 앞으로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 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K리그 선수 2명이 사행성 토토 복권 승부조작 브로커로부터 각각 1억2000만 원과 1억 원 가량의 거액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경남 창원지검 특수부는 24일 현역 선수들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하도록 한 뒤 불법 토토 복권에 거액의 돈을 걸어 부당 이득을 챙긴 전직 프로축구 선수 출신 K씨(28) 등 브로커 2명을 구속하고, 지방 시민구단 선수 P(25)와 S(31)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해온 P와 수도권 자택에 머물던 S를 24일 밤 긴급 체포했으며 구속된 브로커 2명 외에 함께 사건에 가담한 3명은 도주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된다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군 팀 상무를 거쳐 올해 시민구단에 입단한 미드필더 P는 3월 리그 컵 대회 한 경기에 출전했고, 또 다른 시민구단 골키퍼 S는 올 시즌 컵 대회 4경기에 출전해 무려 11점을 실점했다.
이 중 한 구단은 소속 선수가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최근 계약을 해지하는 등 비교적 빠른 조치를 취한 반면, 다른 구단은 체포 당일까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 구단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소속 선수들의 체포 직후, 관련 사실을 보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선수단 관리를 맡은 직원들이 25일 창원지검으로 이동해 진위를 파악 중이다.
그러나 연맹은 작년 말과 올해 초 2차례에 걸쳐 스포츠토토와 연계해 연맹 등록 선수들을 대상으로 불법 베팅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교육을 했다. 또 올 시즌 개막에 앞서 ‘불법 베팅을 하다 적발될 시, 벌금 5000만 원 부과와 영구제명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각서를 전 구단 직원들과 선수들로부터 받았으나 작년 시즌 후반기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된 K리거들의 불법 베팅 연루 루머는 최근까지 그치지 않고 나돌았다.
물론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사안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최근 국제 형사경찰기구 인터폴과 연계, 승부조작과 불법 베팅 근절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 축구인는 “아무리 각서를 받고, 교육을 해도 소용없다. (불법 베팅에 가담했다고) 이미 확인된 선수들을 기량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금전이나 출전 정지 등 자체 페널티를 물도록 하고 다시 구제해주는 등의 솜방망이 자체 처벌이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