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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800조 돌파… 무디스 “위험” 경고

입력 | 2011-05-26 03:00:00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800조 원을 넘어섰다. 은행 빚이 늘어나고, 신용카드 사용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가구당 평균 가계 빚도 4600만 원을 돌파했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 대해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금융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릴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1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사 할부금융사 등을 통한 외상 구매)을 합친 가계신용(가계부채)은 3월 말 현재 801조3952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부채는 2009년 9월 말 713조 원으로 처음 700조 원대에 들어선 지 1년 반 만에 800조 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전체 가계부채를 통계청의 추계 가구 수로 나눈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말 3842만 원에서 올해 3월 말에는 4611만 원으로 770만 원가량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소득이 낮은 저신용 계층부터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폭은 다소 둔화됐다. 지난해 4분기에는 25조3497억 원이 증가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6조193억 원 늘어나는 데 그친 것.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축소된 상태에서 외상 구매가 3000억 원가량 감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 한은 관계자는 “겨울철인 1분기에는 주택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연말연초 상여금 지급 등으로 마이너스 통장 사용이 줄었다”며 “물가 부담 때문에 소비가 줄어 판매신용 잔액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다만 가계부채가 매년 1분기에 둔화됐다가 2∼4분기에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의 은행산업은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과 자산의 질 측면에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계부채 비율 증가는 향후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30∼40%가 실주택 매수 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에 있는 것으로 파악돼 앞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지 못하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관련 기관들이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협의하고 있으며 6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무디스는 이날부터 27일까지 기획재정부, 금융위, 금융감독원, 한은, 외교통상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을 방문해 가계부채를 포함한 금융 분야의 주요 사안, 한국의 재정건전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무디스는 지난해 4월 금융위기 이후 빠른 경제회복세와 양호한 재정건전성 등을 반영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2에서 A1로 올린 뒤 지금까지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