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인투자자들 직접투자 연내 허용… 대형 증권사들 시장선점위해 TF팀 분주


#2. 삼성증권은 31일 초우량고객(VVIP)을 모아 헤지펀드 등의 투자전략을 설명하는 글로벌포럼을 연다.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인 아문디의 로랑 길예 대표,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등 쟁쟁한 실력자가 강연자로 참석한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영국의 맨인베스트먼트와 상품개발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헤지펀드 도입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금융회사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헤지펀드가 본격 출범하면 3년 내 50조 원의 거대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금융회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 50조 원 신천지 열린다
헤지펀드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투자 대상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투자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초고위험 상품으로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투기꾼이라는 오해를 사고 있지만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10%대 안팎의 수익률을 고정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헤지펀드의 실제 모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다만 차입(레버리지) 투자기법 등으로 상품구조가 굉장히 복잡하고 펀드별로 실력차가 커 해외에서도 기관투자가와 고액 자산가에게만 판매된다. 정부도 개인투자자의 헤지펀드 직접투자는 최소 5억∼10억 원, 재간접투자는 1억∼2억 원으로 제한해 연내 헤지펀드를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헤지펀드가 안착하면 3년 내 40조∼50조 원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과 고액자산가들이 대체투자상품에 넣어둔 자금의 10%만 옮겨가도 42조 원의 시장이 창출된다는 것. 약 99조 원 규모인 국내 전체 주식형펀드 시장의 절반 수준으로 단숨에 발돋움하는 것이다. 헤지펀드 운용 외에도 ‘프라임 브로커리지’에서 발생하는 수익만 연간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프라임 브로커리지는 헤지펀드의 레버리지나 공매도를 위해 주식과 자금을 빌려주고 자산을 관리해주는 등 종합서비스를 말한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프라임 브로커리지 수익률은 5% 정도로 1, 2%에 불과한 다른 금융상품의 수익률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 선점 위해 3년 전부터 물밑 작업
대우증권은 2008년 헤지펀드 스타일의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프롭 트레이딩’ 부서를 만들어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이 부서를 자회사로 떼어내 운용을 맡길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2008년 싱가포르에 별도 법인을 만들어 헤지펀드를 운용해오고 있으며 대안투자팀을 떼어내 운용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은 2008년 만든 프라임 브로커리지 ‘팀’을 올 2월 ‘실’로 격상하는 한편 도이체방크의 플랫폼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투자증권도 3년 전부터 프라임 브로커리지 TF팀을 꾸렸으며 신한금융투자는 그룹 차원에서 헤지펀드 운용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시장이 열리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국내 시장을 독식하거나 국내 운용 역량이 부족해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하고 고평가 주식을 공매도하는 단순 전략만 구사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라팔디니 대표는 “싱가포르도 10년 전 헤지펀드를 허용하면서 똑같은 고민을 했다”며 “헤지펀드 운용역인 국제대체투자분석사(CAIA)를 육성하고 해외 고급인력을 데려와 전문가로 키우는 등 인재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