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새로운 중흥을 맞은 건 1990년대 이후. 외화 수입 쿼터를 얻기 위해 질낮은 영화를 제작하던 일부 업자들과는 달리 참신한 기획력을 지닌 젊은 인력 그리고 자본이 충무로에 들어오면서 한국영화는 질적인 성장을 이뤘다.
여기에는 할리우드 직배영화의 침투 위협에 맞섰던 움직임도 일부 계기로 작용했다고 충무로 관계자들은 말한다.
1989년 오늘, 서울 논현동의 영화관 씨네하우스에서 뱀과 암모니아 가스통 등이 발견됐다. 당시 이 극장에서는 외화 ‘레인맨’을 상영했다. 1988년 9월 ‘위험한 정사’가 할리우드 직배사 UIP에 의해 국내 개봉하면서 한국영화계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싸움을 벌여오던 때였다.
한국은 1988년 올림픽 이후 이를 받아들였지만 한국영화계는 ‘문화 침탈’이라며 강하게 맞섰다.
결국 씨네하우스 뱀 투입 소동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이후 같은 해 8월에는 UIP의 영화를 상영하던 서울 시내 5개 극장에서 스크린이 불에 타거나 극장 안에 최루가스 분말이 뿌려지는 등 극한적인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이 같은 일련의 직배영화 저지 투쟁에 한국영화 관계자들이 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일부는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