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중모색, 속도조절, 중구난방
“앞으로 전 최고위원이 아닌 전 원내대표라고 불러 달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한 측근은 최근 기자들에게 농담처럼 이런 요청을 했다. 당 대표에 이은 당 서열 2위인 원내대표 경력을 앞세워 달라는 것이었다. 당 안팎에선 “4·27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직전 지도부의 최고위원이었다는 점을 덮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홍 전 최고위원과 김무성 전 원내대표, 나경원 전 최고위원, 원희룡 전 사무총장 등 ‘직전 지도부 4인방’이 당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드러낸 적은 없다.
전직 지도부 4인방은 당이 진로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도 당내 현안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25일 당헌·당규 개정 문제 토론을 위해 열린 의원총회 및 의원-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 안팎에선 이들이 잠행하며 자신들이 전 지도부였다는 사실이 잊혀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일부는 지난해 7월 전대 당시 가동했던 조직을 추스르고 전국을 돌며 당원·지지자들을 만나는 등 물밑에선 조심스러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지금은 ‘젊은 대표론’ ‘강한 대표론’ 등 쇄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감과 경륜이 있는 중진을 다시 찾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