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선수들의 승부조작과 이를 대가로 한 금품 수수로 얼룩진 K리그가 주말 12라운드를 앞두고 뒤숭숭하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단체 스포츠 종목의 필수 덕목인 신뢰와 믿음이 모두 사라져버렸다는 점이다. 불신의 시대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대체 누가 적인지, 누가 진짜 동료인지 믿을 수 없게 됐다. 대다수 축구 인들은 “같은 팀 동료들 간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됐다”고 푸념했다.
‘우린 전혀 문제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 구단들은 어디에도 없다. 감독들의 애환이 가장 크다. 이번 사태에 직접 연루됐던 지방 시민구단 감독들은 물론이고 타 구단 사령탑들까지 “제자들의 플레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서글프다”고 입을 모은다.
모 구단 사무국장은 “지인들이 안부 인사를 위해 전화만 걸어와도 화들짝 놀란다. 암흑의 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탓에 불안감은 점점 커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아픈 쪽은 선수들이다.
한 고참 선수는 “실수는 곧 의혹을 가져온다. 당장 이번 주말 K리그 경기부터 걱정스럽다. 골키퍼는 무조건 막아야 하고, 공격수는 모든 슛을 골로 연결해야 한다. 물론 상대 팀이 의심받겠지만 우리부터 살아야 한다”고 했다.
온갖 루머들이 넘치는 요즘이다. 믿기지 않지만 전·현직 감독 연루설까지도 등장했다.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