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 첨가한 아질산염 몸에 해롭나
2004년 햄과 소시지의 유해성 논란이 국내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 아질산이온이 많이 포함돼 있어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게 이슈였다. 이후에도 논란은 지속됐고 소비자단체의 수거 검사가 계속됐다.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활동 역시 이어졌다.
육가공 제품에 사용되는 아질산염은 고기의 색소 성분과 작용해 고기 고유의 색을 안정화시키는 첨가물이다. 특히 맹독성 미생물로 알려진 식중독균인 보틀리늄의 생육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이런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아질산염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아질산이온이 고기의 아민성분과 결합해 유해물질인 니트로사민을 생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햄과 소시지에서 섭취하는 아질산이온은 실제로 우리 식탁을 위협할만한 수준일까.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 시판 중인 430여 개의 햄과 소시지에 포함된 평균 아질산이온 수치는 약 10ppm. 햄이나 소시지 kg당 10mg의 아질산이온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국내 법적 기준 70ppm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10ppm을 기준으로 체중이 30kg인 아이가 1일 섭취허용량 2.1mg까지 아질산이온을 섭취하려면 햄이나 소시지를 매일 210g씩 먹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무리 좋아하는 햄이라도 이 정도의 양을 매일 먹기는 사실상 힘들다. 게다가 식약청은 햄이나 소시지 상위섭취그룹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일 섭취허용량의 38% 수준으로 섭취하고 있어 문제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식탁 먹을거리에 있어 인공향료 인공색소 등 식품첨가물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법적 기준에 대한 고려도 없이 무조건 식품첨가물을 두려워하는 것도 문제다. 햄 소시지의 아질산 유해성에 대한 불안감, 이제 접어도 되지 않을까.
이근배 신세계백화점 상품과학연구소장(식품기술사) kblee01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