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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中 여성 50여 명 울린 국제결혼 사기단

입력 | 2011-05-28 03:00:00

3억대 뜯어낸 브로커 등 추적




“한국 남자들 나빠요.”

얼마 전까지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던 중국 여성 주모 씨. 주 씨는 한국 남성 이모 씨(38)와 결혼을 약속했다. ‘운명의 짝’을 찾아 한국에서 왔다는 이 씨는 첫 만남부터 ‘당신이 마음에 든다’며 프러포즈를 했다. 이 말을 철석같이 믿은 주 씨는 웨딩드레스에 면사포까지 쓰고 결혼사진도 찍었다.

예비 남편은 한국으로 먼저 돌아가면서 자신을 소개한 국제결혼 브로커 최모 씨(53)만 믿으면 곧 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주 씨는 최 씨가 요구한 소개비 200만 원에 한국 비자 발급비 200만 원, 한국 입국비 200만 원 등 600만 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그 후로 예비 남편과 최 씨는 연락이 두절됐다. 미리 받아 놓은 이 씨의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도 모두 가짜.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조사 결과 최 씨 등은 국제결혼 사기단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2007∼2008년 12월 국내 이혼남성 10여 명을 모아 중국 선양과 단둥 지역으로 데려간 뒤 현지 여성 2∼4명과 맞선을 보게 했다. 남성들에게는 중국 여성과 거짓으로 결혼 약속을 하게 한 뒤 무료 관광과 맞선 1회당 60만 원씩을 지불했다. 남성들이 결혼 약속을 하면 주 씨 경우처럼 입국비, 비자발급비 등의 명목으로 1인당 600만∼1000만 원을 뜯어냈다. 이렇게 최 씨에게 당한 중국 여성은 50여 명에 이르며 금액도 3억여 원에 달했다.

경찰은 중국으로 달아난 최 씨 등 2명을 인터폴과 공조해 쫓는 한편 피해 여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