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성 경제부 차장
권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토부 최우선 정책 과제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무주택 서민주택 마련 △4대강 사업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일자리 창출 △해외건설 활성화 등을 꼽았다. 모두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권 내정자의 과거 경력과 전문성 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진척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 내정자와 18일 새로 임명된 한만희 1차관이 보여줄 시너지효과는 이런 기대를 뒷받침한다. 두 사람은 부처에서 걸어온 영역과 업무처리 방식, 후배들에게 받는 신망 등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모두 주택·도시 전문가로 부처에서 입지를 굳혀 왔다.
다만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심정으로 당부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다. 우선 정치권의 공세에 대처하는 자세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민원성 요구가 쏟아질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권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질의서에는 ‘청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민원성 내용이 많았다. 자료를 요구한 여당 의원은 절반가량이 지역 민원사업 관련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져 ‘민원 청문회를 하느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이런 분위기는 야당 의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기 국토부 수뇌부들은 모두 전문성과 성실성을 크게 인정받고 있지만, 정치적인 공세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2기 국토부의 부동산 정책이 무리하게 시장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권 유지 차원의 부동산 경기 부양 요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권 내정자는 평소 ‘부동산 시장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반(反)시장 정책으로 일관했다고 평가받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수립과정에 깊숙이 관여했고, 그 공로로 훈장까지 받았다. 고위 공무원으로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이제 장관이 된다면 자신의 철학을 갖고 정책을 펼쳐가길 바란다.
2기 수뇌부가 펼칠 부동산 정책은 불가피하게 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것들을 뒤집는 사례가 많을 것이다. 과도하지 않은 선에서 시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정책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권 내정자가 현명하게 결자해지(結者解之)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