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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스페인 온실농업의 재앙

입력 | 2011-05-31 03:00:00


오늘날 유럽인의 식탁에 올라가는 값싼 농산물은 대부분 스페인에서 온 것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맨 동쪽에 위치한 알메리아는 구글 항공사진으로 보면 비닐하우스로 덮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닐하우스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1986년 스페인이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무역자유화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 겨울철에 여름 채소를 재배하는 하우스 농업이다. 현재 알메리아의 농산물 가운데 70%가 유럽으로 수출된다.

▷3주일 전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서 시작된 ‘슈퍼 박테리아’ 공포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감염으로 숨진 사람만 11명이다. 약 1200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에서도 15건의 감염 사례가 있었다. 이들 환자는 북독일을 방문한 사람들이다. 감염된 사람은 모두 북독일에서 구입한 오이 토마토 상추 등을 날것으로 먹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알메리아 등에서 출하된 농산물이 오염원이라고 지목했다.

▷알메리아는 본래 스페인 50개 주 가운데 가장 빈곤한 지역이었다. 같은 안달루시아 지방이라고 해도 그라나다는 비도 오고 날씨도 서늘하지만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사이에 두고 바다 쪽에 위치한 알메리아는 건조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었다. 또 그라나다 코르도바 세비야 등은 이슬람 유적이 많아 세계 각지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지만 알메리아까지 오는 외국 관광객은 드물었다. 그런 알메리아가 1970년대부터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것이 하우스 농업이다.

▷하우스 농업은 물 공급이 관건이다. 면적이 약 320km²에 이르는 알메리아 비닐하우스에 물을 공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지하 암반수를 이용해 왔으나 사용량이 유입량을 훨씬 지나쳐 염분이 증가하고 있다. 농가에서는 채소를 세척할 물이 없어 집에서 쓴 하수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2005년 하수로 세척한 스페인 채소를 먹은 북유럽 사람들이 감염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오염된 물을 사용하면서 대장균과 유사한 박테리아가 살아남아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을 오염시킨 인간에게 재앙이 역습하는 두려운 세상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