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0순위 카트라이트 오바마에 직보하다 찍혀
게이츠 국방 등 낙마운동

미국 언론들은 현재 진행형인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을 이끌 뎀프시 후보자보다는 합참의장 자리를 일찌감치 예약했던 제임스 카트라이트 합참부의장(사진)의 낙마 소식을 더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세계 최강의 군대를 보유한 미국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군 지휘부 간의 보이지 않는 불신과 갈등, 군 조직 지휘계통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군 장성들의 조직적 저항, 대통령의 인사권까지도 번복시킨 체계적 로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게 ‘카트라이트 낙마 드라마’라는 것.
워싱턴포스트는 29일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1년 동안 카트라이트 부의장에게 세 차례나 합참의장을 맡으라는 권유를 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확실한 신뢰를 받고 있었고 세상 사람들은 카트라이트의 합참의장 등극은 떼어 놓은 당상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군 지휘부 장성그룹 내 카트라이트 비토세력들이 낙마 운동을 조직적으로 펼쳤다. 비토운동에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멀린 합참의장도 적극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경로를 통해선 카트라이트 후보자가 여비서와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투서가 전달됐고,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지만 조사과정에서 현재 부인과 별거 중이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군 지휘부가 아프간전 확전을 위해 자신을 압박할 수 있다고 보고 신뢰했던 카트라이트 부의장에게 “기존 노선이 아닌 당신의 의견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 지시를 따른 것이었지만 국방장관 군 지휘부를 거치지 않은 ‘대통령 직보’라는 점이 문제가 돼 카트라이트 부의장은 결국 이른바 ‘왕따’ 신세가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카트라이트는 ‘군 내부의 조직적인 반대 로비의 희생자’”라고 표현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카트라이트 부의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독대한 자리에서 합참의장으로 지명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을 전달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