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풍요를 가져다줍니다. 산업혁명 시대에 백열전구와 전화를 발명한 사람들은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혁명의 혜택을 받으며 풍요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산업혁명 초기는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도시로 내몰렸고 도시 노동자는 빈곤에 신음했습니다.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괴로움을 겪었습니다.
오늘날의 발명가는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나 구글을 세운 래리 페이지 같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과거의 발명가와 닮았습니다. 변화를 읽어내는 직감이 있고, 부자입니다. 이런 회사의 직원들도 엄청난 부를 쌓았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70조 원이 넘는 돈을 벌었습니다. 애플 직원이 약 5만 명이니 1인당 매출이 14억 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약 31조 원을 번 구글도 1인당 매출이 12억 원에 가깝습니다.
최근의 기술혁명은 산업혁명 시기와는 또 다릅니다. 산업혁명은 1%도 되지 않는 귀족과 왕족이 독점하던 부를 그들보다 많은 기업가와 중산층의 손에 쥐여줬습니다. 산업혁명은 생산력의 혁명이어서 공장에서 나사만 죌 줄 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잘 먹고 잘 입는 삶을 보장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과 구글 검색은 많은 비용을 들여 많은 사람을 고용해 하던 일을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적은 사람을 고용해 하도록 돕는 혁명입니다. 나사만 조이는 식으로 일하는 사람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귀족의 손에서 되찾았던 풍요는 이제 다시 극소수의 기업에 다니는 ‘1%의 사람들’ 손에 돌아가는지도 모릅니다. 귀족 시대부터 산업혁명까지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던 의사와 변호사조차 인터넷 의료상담 사이트와 판례 검색 서비스에 밀려 일자리를 잃고 있으니까요.
얼마 전 한국을 찾았던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은 구글과 애플에 고용될 수 없다면 우리 스스로 그런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더군요. ‘제3의 산업혁명’ 시대라면서요. 바꿔 말하면 그런 기업을 만들 능력이 없는 대다수의 보통 사람은 더더욱 살기 힘들어진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보통 사람은 어떻게 살아남으라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고용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법은 유감스럽게도 없어 보인다”는 게 그의 답이었습니다. 기술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은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기회를 찾는 1%에게만 아름답습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