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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없는 살인’ 정황증거로 무기 선고

입력 | 2011-06-01 03:00:00

40대 여성, 보험금 노리고 노숙인 살해… 본인 사망 위장
법원 “사건 전 보험 가입-살인방법 검색 등 혐의 인정돼”




부산에서 발생한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을 보도한 지난해 9월 17일자 본보 보도 내용.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화장한 뒤 자신이 숨진 것처럼 속여 거액의 보험금을 챙기려 한 ‘시신 없는 살인 사건’ 피의자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살인 혐의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인 시신이 없음에도 법원이 정황 증거로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본보 2010년 9월 17일자 A18면 참조
A18면 보험사기女, 남의 시신 이용 사망조작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부장판사 김동윤)는 31일 살인, 시체 은닉,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손모 씨(41·여)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딸의 사기행각을 도운 어머니 박모 씨(74)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이 내려졌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손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사망하면 15억 원을 받는 7개 보험사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살인한 뒤 남의 시신을 자신인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내려는 의도였다. 범행 대상은 오갈 데 없는 여성을 삼기로 했다. 대구에 여성쉼터가 있다는 글을 읽고 6월 16일 찾아갔다. 자신을 어린이집 원장이라고 속였다. 쉼터에서 김모 씨(당시 26세·여)를 소개받고 “대학에 보내주고 어린이집에 취직시켜 주겠다”고 꼬드겼다. 손 씨는 김 씨를 부산으로 데려와 17일 새벽 살해했다.

이때부터 손 씨는 ‘신분 세탁’을 했다. 손 씨는 의사에게 시신 인적사항을 자기 것으로 댔다. 자신은 아는 동생이라고 속였다. “평소 심장질환이 있었다”는 거짓말도 했다. 의사는 사망진단서에 급성심근경색 판정을 내렸다.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서 김 씨를 화장하고 해운대구 청사포 앞바다에 뿌렸다. 지난해 7월 8일 손 씨 어머니가 부산진구청에 사망신고서를 내 손 씨는 사망 처리됐다. 같은 달 30일 어머니와 우체국에 사망진단서를 내고 600만 원을 타냈다.

검찰은 “손 씨가 지난해 4월부터 범행 직전까지 인터넷에서 독극물, 여성 쉼터, 사망신고 절차 등의 단어를 검색한 데다 실제 독극물을 구입한 사실도 있다”며 “당시 김 씨에게 돌연사할 질병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손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사인(死因)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자연사나 자살했을 가능성이 낮다”며 “사건 전 거액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하고 인터넷으로 살인 방법 등을 검색한 점 등으로 미뤄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손 씨 측은 항소하기로 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