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학생’ 학교간 최대 8배差
경희여고는 올해 신입생(307명)의 24.8%가 중학교에서 상위 10%에 드는 학생이었다. 반면 대신고는 3.1%, 덕수고 덕성여고 양재고는 3.5%로 우수 학생이 적었다.
동아일보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입수한 ‘2011학년도 일반계고 고교선택제 신입생 배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조사 대상 176곳 중에서 상위 10%의 학생을 많이 배정받은 곳은 대부분 여고였다. 자치구에서 하나뿐이거나 고교선택제 1단계 경쟁률이 높은 학교들이다.
상위권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경희여고는 경쟁률이 7.8 대 1로 동대문구 4개교 중 1위였다. 혜원여고는 중랑구에 있는 2개 여고 가운데 경쟁률(5 대 1)이 제일 높았다. 우수 학생이 가장 많은 30곳에서 여고가 아닌 학교는 선사고 신도림고 대진고뿐이었다.
여고에 상위권 학생이 몰린 이유는 우수 학생이 먼저 지원할 수 있는 자율형 사립고에 여고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신성적 상위 50% 이내 학생을 추첨해 뽑는 자율고(서울 26곳) 중 여고는 3개. 남녀공학을 합해도 상위권 여학생이 갈 수 있는 자율고는 7곳뿐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중학교 내신 최상위권은 대부분 여학생인데 특목고나 자율고 외에 갈 만한 학교가 없어 여고로 쏠린다”고 말했다.
○ 공립보다 사립, 과학중점학교
서울 A고 교사는 “공립은 교사가 4년마다 바뀌므로 사립보다 일관성 있는 학습·진학지도가 부족할 수 있다. 또 대부분 명문고가 사립이라 우수 학생이 많이 지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과학중점학교에도 우수 학생이 몰렸다. 상위 50개교 가운데 과학중점학교(서울 전체 19개교)는 7곳이었다.
임 대표이사는 “과학영재학교나 과학고에 지원했다 떨어진 우수 학생은 수학·과학 수업시간이 일반계고보다 많은 과학중점학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 ‘최선의 선택’ 막을 수 없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수능과 학업성취도평가 성적, 대입 실적이 학교별로 공개돼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선호 또는 비선호 학교가 갈린 이상 더 좋은 학교로 가고 싶어 하는 욕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교선택제를 없앨 게 아니라 일반계고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대표는 “시행 2년 만에 고교선택제를 폐지한다면 학생을 끌어오려 학교에서 기울이는 노력이 흐지부지해진다. 학생과 학부모 의견은 반영하지 않은 채 교육감의 신념만으로 제도를 시행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