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누가 어떻게’ 싸고 신경전
유영숙 환경부 장관(앞쪽)이 1일 경북 칠곡 캠프 캐럴 미군기지내 고엽제 매립 추정지역을 방문해 미군 관계자들에게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고엽제 매립 의혹 베일 벗나
데이비드 폭스 미8군 기지관리사령관은 이날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을 방문한 유영숙 환경부 장관에 대한 브리핑에서 “레이더 조사 장소는 기지 내 고엽제 매립 의혹이 일고 있는 헬기장과 D구역”이라며 “영내에서 사용 중인 지하수 관정에 대한 수질조사도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레이더와 수질 조사가 이뤄지면 토양 조사를 해야 할 지역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조사 결과 유해물질이 파악되면 정화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신경전 편 한미 양국
한미 양국은 1일 용산 미군기지에서 제2차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를 열고 이날 오전 미군이 브리핑한 내용과 함께 추가 정보 발생 시 D구역 등 매립의심지역 외 기지 내 다른 구역 조사 △모든 조사 양국 공동 실시·결과물 공유 △1992, 2004년 기지 환경 관련 보고서 공개 등에 합의했다. 또 기존 한미공동조사단에 한국지구물리탐색학회와 미 지하수조사업체 인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한국 대표단은 옥곤 부경대 교수(공동단장) 등 14명, 미국은 버치마이어 주한미군사령부 공병참모부장(공동단장) 등 10명이다. 전류를 땅으로 보내 파묻힌 물질을 파악하는 전기비저항탐사법(ER)도 도입된다.
이날 미군 발표와 SOFA 환경분과위원회의 결정은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한국 측 의견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미국은 “우선 레이더 조사만 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은 “의심지점 토양과 지하수 분석, 레이더 조사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또 미국은 “캠프 내부 조사는 미군이 하고 한국은 참관하는 형식으로 하자”고 요구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군이 수질조사를 포함시켰지만 미 장병이 계속 마셔온 지하수를 조사하는 것이라 오염이 없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토양을 조사해야 오염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만큼 미군이 크게 양보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내 조사를 앞두고 한미 간 신경전도 계속됐다. 캐럴 기지를 시찰한 유 장관이 존 존슨 미8군 사령관에게 “캠프 캐럴 내 오염물질을 해외로 반출했다고 밝힌 미군 주장의 출처는 어디냐”고 캐묻자 존슨 사령관은 “베트남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고엽제가 존슨 아일랜드로 이동됐다는 보고서나 미 유타 지역으로 이동됐다는 증거가 있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10시∼오후 2시로 예정됐던 SOFA 환경분과위원회도 한미 간 팽팽한 대립 속에 오후 6시 반에야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