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측 “처방한 적 없는 성분”
지난달 수련의가 옆에 누워 있는 줄 모르고 잠에 빠졌던 여성 환자의 몸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전신마취제가 검출돼 경찰이 성범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여성 환자 B 씨(23)의 몸에서 채취한 혈액 등에서 전신마취제인 케타민 성분이 검출됐다고 통보해왔다”고 2일 밝혔다. 국과수는 이 보고서에서 “케타민은 한때 유학생들 사이에서 성폭행 마약이라고 불렸던 향정신성의약품”이라고 밝혔다. 케타민은 현재 응급수술 등에 쓰이며 수면 효과는 1∼2시간 유지된다.
지난달 19일 전북 전주 시내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B 씨는 당일 새벽 이 병원 마취과 수련의 A 씨(28)가 자신의 병실 침대에서 함께 잤던 것을 뒤늦게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본보 5월 25일자 A13면 참조
A13면 [휴지통]병원 수련의, 자신이 마취한 女환자 옆에…
B 씨의 침대에서 잠을 자다 적발된 A 씨는 당시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잠을 자기 위해 숙소로 가다 엉뚱한 병실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성폭행을 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소동이 났는데도 B 씨가 깨어나지 않은 점 등을 수상히 여겨 B 씨의 혈액 분석을 국과수에 의뢰했다.
경찰은 B 씨의 혈액에서 검출된 케타민을 병원 측이 처방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B 씨가 케타민을 구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해 누군가 소동이 일어난 날 B 씨에게 케타민을 투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몰래 B 씨에게 케타민을 투여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