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기 전엔 봉사의 기쁨 몰랐어요”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침술 봉사를 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김광호 씨.대전기독교복지관 제공
갑작스러운 장애에 그는 수없이 방황했다. 유일한 위안은 “비장애인일 때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아내의 말이었다. 1999년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간 그는 2001년부터 안마사 자격증을 따고 침술 공부를 시작했다.
2003년 안마사 일을 시작하며 그는 희망의 싹을 발견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안마와 침술 봉사를 하는 것이었다. ‘시각장애인의 안마와 침술을 꺼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노인들은 정성스레 아픈 곳을 보듬는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할머니, 지난주에 쑤시던 허리는 좀 나아지셨어요”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그는 노인들에게 누구보다 뛰어난 명의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별것 아닌 재능이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쓸 수 있어 기쁘다”며 “봉사활동은 삶의 활력을 주고 더 큰 희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안 좋아서 밝고 어두움을 구별하는 게 전부다. 5년 전 태어난 늦둥이 아들의 얼굴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는 “힘닿는 데까지 봉사하며 살고 싶다”며 웃었다.
김 씨는 2일 우수 자원봉사자를 시상하는 ‘제10회 사회복지자원봉사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를 비롯한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단체가 표창을 받았고 그들은 한목소리로 ‘봉사가 주는 즐거움’을 얘기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