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얼마 전 중국에 와서 한중 합작 영화를 만들려던 한국의 젊은 감독은 시나리오가 통과되지 않아 배우 선정까지 마치고도 영화 제작을 접어야 했다. 돈이 없어 네이멍구(內蒙古)의 고향에 가지 못한 한 남자가 베이징의 시내버스를 탈취해 귀향하는 동안 버스 내에서 벌어지는 승객들 간의 드라마가 주 내용이다. 중국 당국은 “누가 감히 베이징의 시내버스를 탈취하느냐. 그런 설정이 말이 안 된다”며 시나리오를 불허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미 연방은행 지하 금고의 금괴가 도난당하고 뉴욕 지하철이 탈취되며 심지어 백악관 지하의 상황실까지 러시아 스파이에게 뚫린다.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좋으냐고 물으면 몇 가지 대답이 나온다. 젊은 층은 딱딱하고 뭔가 주입하려고 하는 중국 드라마와는 달리 한국 드라마에서는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은 여성 연기자들이 수술을 해서 어떻게 예뻐졌는지, 무슨 옷을 어떻게 입는지도 관심이라고 한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쿵푸 팬더 2’에 쏠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 중국이 창의성에 채운 족쇄도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관람 거부 운동을 벌이는 예술인들에겐 “당신들은 이런 영화나마 만들 수 있냐”는 비판도 나온다.
‘쿵푸 팬더 2’ 소동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중국인들이 풍부한 과거의 문화적 유산을 바탕으로 엄청난 소프트파워를 발휘하면 어찌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은 영화 한 편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단계지만 중국이 ‘창의성’으로 무장한 채 다시 깨어날 때 무엇으로 한류의 경쟁력을 이어갈지 하는 걱정이 벌써 든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