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스-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여는 ‘빛과 소금’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빛과 소금’의 멤버 박성식과 장기호(오른쪽)가 15년 만에 그룹 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 장기호가 말하는 음악 그리고 나
팀 해체요? 절대 NO
美 버클리 음대 유학 휴지기 길어졌을 뿐
옛날 생각하며 ‘놀자’란 심정으로
이번 콘서트 준비
우린 20년 음악동지
한 사람이 없다면 ‘빛과 소금’도 없지요
추진력 강한 기호와 너그러운 나…하하
그것이 우리 에너지
“어떨 때는 이 친구보다 아내가 더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니까요.”
인터뷰 내내 “그래 너 잘났다. 네 말이 다 옳다”라며 티격태격 하지만 전혀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집에 있는 아내보다 오히려 속에 있는 이야기를 상대에게 털어놓는 경우가 더 많다는 두 사람.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것’처럼 절대 떼놓을 수 없는 사이다.
‘빛과 소금’은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사랑과 평화’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던 장기호와 키보드를 맡은 박성식, 기타리스트 한경훈과 함께 1990년 결성한 그룹이다. 1991년 한경훈이 탈퇴하면서 2인 체제가 됐다.
이 ‘빛과 소금’이 15년 만에 다시 뭉쳐 활동을 시작한다. ‘빛과 소금’은 11일 오후 서울 행당동 소월아트홀에서 ‘리버스(Re:birth)-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오랜만에 팬들을 찾는다. 1996년 발표한 5집 이후 자취를 감춘 후의 활동 재개라 팬들뿐만 아니라 두 사람도 몹시 설레 했다.
“팀이 해체됐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제가 그동안 준비해왔던 공부를 위해 미국 버클리음대로 유학을 떠났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일에 집중하다 보니 휴지기가 됐네요.”(장기호)
한국에 돌아온 장기호는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에 강단에 섰고, 팀 동료 박성식은 호서대 기독교연예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두 사람은 각자 공연을 하면서도 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느라 ‘빛과 소금’으로 활동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오신 팬들에게 다음엔 ‘빛과 소금’으로 함께 찾아뵙겠다고 약속했어요. 그 약속도 3년을 못 지키다가 이제야 지키게 됐네요. 게다가 지난해 ‘빛과 소금’ 데뷔 20주년이었거든요. 그 기념으로 뭉치게 된 겁니다.”(박성식)
두 사람은 그동안 따로 해보니 서로가 없는 ‘빛과 소금’은 의미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호는 박성식은 경기도 광명에 살아서 ‘빛’이고, 자신은 인천에 살아서 ‘소금’이라는 농을 던졌다. 초등학생부터 무려 40년을 함께 한 죽마고우기 때문에 이런 농담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성질을 부렸다가 서로 삐치기도 했다가 아주 할 건 다해요. 하하하. 저의 인내심이 아니었다면 이제까지 오지 못했을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무엇보다 계획을 잘 세우고, 추진력도 강한 (장)기호의 힘이 컸죠.”(박성식)
“성식이는 저에 비해 즉흥력이 뛰어나요. 그래서 제가 잘 묻어가는 편이죠. 이번 콘서트도 사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아쉽지만, 옛날 생각하면서 ‘놀자’라는 마음으로 연주하려고요. 이 친구를 믿으면서요.”(장기호)
‘빛과 소금’은 이번 공연 이후 디지털 싱글 신곡을 발표하며 활동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50세까지 왕성하게 한다고 해도 앞으로 딱 10년 남았네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젊은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빛과 소금’이 아닌 어른 ‘빛과 소금’의 음악을 들려주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 공백을 이용하는 여유도 보여주고요.”(장기호, 박성식)
이정연 기자 (트위터 @mangoostar) annjoy@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트위터 @binyfafa)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