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 브레이커’를 통해 가요계에 정식으로 데뷔한 ‘슈퍼스타K 2’ 출신 가수 장재인.
■ 애어른 같은 스무살 싱어송라이터
데뷔음반 다 작사·작곡
음악이 정말 좋아요
데이트 하는 시간도
술 마시는 시간도
다 아까울 정도로…
장재인은 약 보름 전 피아노를 한 대 장만했다. 5월 26일 발표한 첫 앨범 ‘데이 브레이커’를 발표한 이후 한창 바쁜 요즘이지만, 그는 활동하면서도 새로 산 피아노가 보고 싶어 “늘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장재인은 그렇게 자기감정에 솔직했고, 그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꾸밈이 없었다. 2010년 ‘슈퍼스타K2’ 예선에서 맨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자작곡이라며 기타를 치던 모습은 ‘도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던 것이다.
서울 서교동 일대, 이른바 ‘홍대 클럽가’에서 활동해온 장재인은 미디어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에는 아마추어다. 하지만 음악에서만큼은 “회장님”이다.
‘회장님’이란 가수의 의견이 절대적인 것을 재벌 회장에 비유한 말. 그는 이번 데뷔음반 수록곡 5곡을 모두 작사, 작곡했고, 또한 전 곡의 편곡에 참여하면서 4개월간 깐깐하게, 열정과 소신있게 작업했다. 장재인의 음반을 제작한 김형석도 “아티스트는 기가 죽으면 안 된다. 살아 있어 좋다”며 스무 살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적 고집을 인정하고 격려했다.
“대중가수가 너무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는 게 좋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내자, 장재인은 엉뚱하게도 “연애만 하면 다 풀리지 않을까요?” 한다.
● “술자리 의미없어. 그 시간에 할 일 많은데…”
장재인과 대화가 이어질수록 애어른 같은 말이 계속 나왔다. ‘한창 놀고 싶은 나이 아니냐’ 하자 “술자리만큼 의미 없는 게 없다”고 잘라 말한다.
“대학가니까 무슨 일만 끝나면 술 마시데요. 그 시간에 얼마나 할일이 많은데….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깝더라고요.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불평을 하잖아요? 그런 불평 한두 마디 하려고 술을 마시나 싶고….”
장재인은 이미 4년 전 방에서 TV를 치워버렸다. 한 번 보면 계속 빠져들게 된다는 이유다. ‘슈퍼스타K2’에서 ‘왕따’로 소개된 것도 사실은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 늘 혼자 지냈기”때문이다.
어린 시절을 전남 곡성, 장성 등지 시골마을에 자랐다는 장재인은 불쑥 튀어나오는 사투리억양마저 아직 때가 묻어 있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듯했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도드라지는 남과 좀 다른 독특한 그의 생각에 궁금증이 생겼다. 요즘 무슨 책을 읽는지 묻자 “독일문학을 좋아해 릴케, 괴테 등 독일작가나 사르트르의 작품을 읽었고 김유정 이상 등 한국근대문학도 좋아한다”고 했다.
이번 앨범은 장재인이 가진 개성 넘치는 스타일과 대중성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포크, 피아노 발라드, 빈티지 솔까지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이고 있다. 장재인이 앞으로 보여줄 음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리뷰 같은 앨범인 셈이다.
초등생 시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뷰티풀’, ‘포넌 블론즈’의 리더 린다 페리의 ‘왓츠 업’을 매일 울며 들었다는 장재인. 그는 “그렇다고 린다 페리 같은 가수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고 했다.
“김민기 장필순과 같은 가수가 되고 싶어요. 이분들은 목소리에 힘이 있어 가사를 들리게 하는 가수에요. 뭔가에 구속되지 않고, 권위의식 없고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분들이에요. 참 겸손하게 음악하시는 분 같아요.”
김원겸 기자 (트위터 @ziodadi) gyummy@donga.com
사진| 김종원 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