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고위공직자 취업제한 강화했지만
그렇다. 대한민국에서는 현재 ‘정의’ ‘공정성’이 화두임에 틀림없다. “금융감독원이 아니고 금융강도원(?)이다”라는 ‘조롱’은 야당이 아니라 현직 여당 고위당직자의 질책이다. ‘전관예우’ ‘프로축구 승부조작’ ‘반값 등록금 등 복지 확대 논쟁’ ‘부자 감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관행’, 이 모든 것의 핵심 키워드는 공정성과 정의다.
금번 저축은행 사태 등 여론의 강한 압박을 이기지 못한 정부는 ‘공직윤리제도 강화방안’이라는 것을 거창하게 발표했다. 이 방안은 퇴직 공무원의 취업 제한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고위 공직자가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의 업무를 퇴직 후 1년간 취급하지 못하게 하는 소위 쿨링오프(cooling off·업무제한) 제도와 퇴직공직자가 민간기업에 취업해 현직 공무원에게 청탁이나 알선 등을 요구할 경우 형법을 준용해 처벌하는 ‘행위제한’ 제도까지 도입하는 등 일견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상세히 살펴보면 군데군데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벌써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우선 현재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승인율이 96%나 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민간위원 5명과 정부 측 위원 4명이 심사하는 현행 제도에서 민간위원 수를 늘린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아무리 공직자윤리위가 심사대상 기간을 퇴직 전 5년으로 늘리고 또 민간위원 수를 늘려 심사한다고 해도 재취업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가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또 취업심사 대상 업체 기준에 외형 거래액 300억 원 이상 로펌과 회계법인을 추가했다는 것을 강조하지만 회사를 잘게 쪼개 ‘공동사업자’ 형태를 취할 경우에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여기에 소위 부당행위라는 것은 당연히 은밀하게 이뤄지는데 어떻게 적발할 것이며 수십, 수백 배의 이익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도대체 무슨 억제효과가 있겠는가 하는 지적에도 답해야 한다. 오죽했으면 가장 확실한 전관예우 근절책은 퇴직 후 일정 기간 벌어들이는 수입액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겠는가.
심사제도-입법과정 잘될지 의문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