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양이 탄 승합차가 교문 앞에 들어서면 바로 옆 학교 중학생들이 사인해 달라고 꺅꺅거리며 차를 몇 겹으로 에워싸는 통에 L 양이 밖으로 나올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제가 갑니다. 학생들을 헤치고 차에 탄 후 5∼10분 중요한 학사 일정을 안내해요. 그동안도 어찌나 창문 틈새로 달려드는지, 저까지 스타가 된 기분이라니까요.(웃음)”
초등생도 가수로 데뷔하는 시대. 학교생활과 연예활동을 병행하는 중고교생 아이돌 스타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제자로 둔 교사들도 전례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스타 제자’를 맡게 된 교사들의 일상은 어떨까?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교사들의 긴장감은 더욱 커진다. 일부 팬들이 쉬는 시간마다 사인 공세라도 펼쳐 스타와 같은 반인 학생들의 시험에 지장을 주면 큰일이기 때문. 이런 이유로 K 교사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특별 대책까지 구상했다. ‘시험은 교실에서 보게 하고, 쉬는 시간엔 교무실로 피신시킨다’는 계획이 바로 그것.
일부 교사는 ‘아이돌 제자’를 둔 탓에 잡무(?)가 늘기도 한다. 인기 여자 아이돌 가수 C 양의 담임인 서울의 B고등학교 K 교사는 얼마 전 작은 수첩을 구입해 겉표지에 ‘사인(sign) 요청 리스트’라고 적었다. “우리 아들(딸)이 C 양의 팬이니 사인 한 장만 받아달라”는 다른 학급 교사나 주변 사람들의 요청이 끊이질 않기 때문. 그때마다 수첩에 사인 받을 사람의 이름과 함께 ‘공부 열심히 하세요’ ‘수능 대박’같이 그들이 요청한 문구를 기록해둔다.
K 교사는 “귀찮을 때도 있지만 제자가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아 흐뭇하다”고 했다.
아이돌 스타의 담임교사 자리가 번거로운 것만은 아니다. 때론 수업에 도움이 된다.
김 교사는 “동운이가 데뷔 전 가수의 꿈을 품고 열심히 노력했던 모습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엔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