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개발공사가 사업을 맡고 있는 남동구 구월동 ‘구월보금자리주택 신축 예정지’. 이곳에 짓는 아파트는 일반에 분양되기 전까지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때 선수촌과 미디어촌으로 우선 사용된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 턱없는 보상가에 속 타는 주민들
인천시청에서 불과 1km 거리에 있는 남동구 구월동 472-2 일대. 인천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이곳은 구릉지대로 숲이 우거져 도심의 허파 구실을 해 왔다. 1970년대 그린벨트로 지정된 뒤 상당수 토지주는 농사나 생업에 종사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5월 26일 이 일대가 보금자리주택지구로 고시된 뒤 동네가 시끄러워졌다. 11월 15일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해 그린벨트가 해제된 이후 토지 보상을 놓고 주민들과 인천도개공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이 동네 토박이 이현자 씨(54)는 “지난달 25일 시청에서 열린 토지보상대책 회의에 참석했다가 속만 상해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구월동에 2640m²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그는 인천도개공이 제시하는 액수로 보상받을 경우 시청에서 4km가량 떨어진 남동구 도림동에 495m² 크기의 땅만 겨우 구입할 수 있다.
“입지가 더 좋지 않은 곳으로 옮기는 것도 억울한데 같은 크기도 아니고 땅이 5분의 1로 줄어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울화가 치밀어 어디 잠을 이룰 수 있겠어요.”
이곳 주민들은 인천도개공이 3.3m²당 전답 250만 원, 대지 750만 원인 시세의 토지를 전답 110만 원, 대지 400만 원가량으로 보상한 뒤 내쫓으려 한다며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인천시가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삶의 터전에서 주민들을 내쫓고 있다”고 비난했다. 구월지구 토지보상대책위원회 허은무 위원장은 “터무니없이 적은 토지보상금을 받아 양도세를 내고 나면 휴전선 인근밖에 갈 곳이 없다”며 “현실적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송영길 인천시장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단지에 편입되지 못한 구월동 300 일대 주민들은 “보금자리주택이 서민을 위한 정책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 일대는 1960년대 후반 생겨난 판자촌. 한때는 거주인구가 170가구에 달했지만 재개발 과정에서 규모가 점점 줄어들어 현재는 20여 가구만이 남아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5월 구월·수산동 일대가 3차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되면서 희망을 가졌지만 지구에서 제외되자 불만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보금자리주택 취지가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과 주거 수준 향상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남동구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승인권자인 국토해양부와 사업시행자인 인천도개공에 해당 지역의 사업지구 편입을 요청했지만 이들 기관은 사업지구 설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대다수 주민이 이의신청을 하면 다시 평가를 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