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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은 사이… 초라한 美 서재필기념관

입력 | 2011-06-07 03:00:00


■ 필라델피아 기념관 가보니

서재필 박사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필라델피아 근교 미디어에 있는 서재필기념관에 교육관을 건립하려는 한인 동포들의 노력이 현지 주민들의 반발과 재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일 서재필기념관 입구. 서 박사가 일제에 빼앗긴 고국의 독립을 위해 이역만리에서 활동하던 시절 살았던 자택(1924∼1951년 거주)이 있는 이곳은 한적한 미국 교외의 일반 마을 모습과 다름없다. 서재필기념관은 1984년 둘째 딸인 뮤리엘이 사망한 후 빚 때문에 경매에 부쳐질 뻔했던 서 박사의 유택을 서재필기념재단(회장 정환순)이 1987년 사들여 기념관으로 재단장했다. 2004년에는 유택 내부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했다.

필라델피아 거주 한인 의사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기념재단은 이곳에 300만 달러를 투입해 9월에 교육관 건설에 착수하고 유택 원형을 복원할 계획이다. 현재 기념관은 서 박사의 유택에 들어서 있는데 2004년 30만 달러를 들여 리노베이션 하면서 유택 원형이 모두 손상됐다. 기념재단에서는 기념관을 유택 원형대로 복원하고 교육관을 따로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야외공원을 만들고 독립문과 서 박사 동상도 세울 계획이다.

20세 때인 1884년 김옥균 등과 갑신정변을 일으켰다 실패한 서 박사는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해 한국인 최초의 미국 시민권자이자 최초의 의학사(MD)가 된다. 서 박사는 제1차 한인대회 개최, 한국홍보국 설립, 월간지 ‘코리아리뷰’ 발행, 워싱턴군축회의 참석 등 미국에서 왕성한 독립운동을 벌였다.

펜실베이니아 주 미디어 시의 한적한 교외에 있는 서재필기념관(왼쪽). 초라한 기념관 입구 팻말 앞에 쓰레기통이 놓여 있고 주민들의 교육관 건립 반대 공청회를 알리는 표지문도 붙어 있다. 미디어(펜실베이니아)=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하지만 기념관 입구에 들어서자 교육관 건립 작업이 순탄치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적한 주택가인 이곳에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질 것을 우려한 인근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주차장 건립은 물론이고 버스가 들어오는 것도 반대하고 있다. 서재필기념관의 초라한 입구 팻말에는 쓰레기통과 함께 교육관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공청회 안내문이 걸려 있다.

건립 재원도 문제다. 기념재단은 교육관 건립과 유택 원형 복원에 드는 총사업비 300만 달러 가운데 150만 달러를 한국 국가보훈처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 또 서 박사와 함께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한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양행에서 30만 달러를 내놓기로 했고 필라델피아 교민으로부터 20만 달러를 모금했다. 나머지 100만 달러는 재미교포와 한국 기업을 상대로 충당하려 했지만 선뜻 돈을 내놓겠다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서 박사의 유품 2000점은 1987년 한국의 독립기념관에 넘어갔다. 기념재단에서는 당시 서 박사의 유품을 독립기념관에 장기 대여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독립기념관 측에선 문화재에 해당되는 서 박사 유품을 다시 미국으로 반출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정환순 기념재단 회장은 “70세가 넘은 한인 1세대가 주도하지 않으면 서재필은 영원히 잊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실베이니아)=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