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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최신작 영화 감상기

입력 | 2011-06-07 03:00:00

‘캐리비안…’ 이렇게 섹시한 인어라면 잡아먹히고 싶어라‘레지던트’ 예쁜척하다 망한 스웡크… 돌아오라, 야생녀!




#단상1

지난달 19일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에 나오는 식인 인어. 도발적 자태로 선원들의 혼을 쏙 빼놓은 뒤 잡아먹는다.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를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영화엔 굉장한 ‘발견의 재미’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바로 선원들을 현혹해 잡아먹는 식인인어가 그것! 아, 이렇게 섹시하고 뇌쇄적인 인어들이라면 어떤 아저씨인들 제 한 몸 내어주기를 주저하겠는가. 특히 제일 먼저 등장해 해적들을 후딱 잡아먹는 ‘1번 인어’의 팜 파탈적 자태는 압권. 인어들이 펄떡거리며 떼로 등장한 이후로는 도발적 매력의 대명사라는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스가 영 눈에 차질 않는다. 인어들이여, 그대들은 ‘쩍벌춤’(다리를 쩍 벌리는 춤)으로 아저씨 팬들의 혼을 쏙 빼놓은 7인조 ‘라니아’ 이후 최고로 섹시한 걸그룹(?)이 아닐 수 없다.

#단상2

‘쿵푸팬더 2’를 보면서 영 의아스러운 대목 하나. 쿵후의 기원이 중국에 있는 만큼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중국임은 당연한 일. 굳이 영화 속 대사로 ‘여기는 중국’이라는 표현을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이미 쿵푸팬더는 세계인의 것이 된 지 오래이거늘, ‘글로벌 상품’을 지향하는 할리우드가 왜 하필이면 팽창주의와 패권주의를 펼친다는 의혹의 시선을 받는 ‘중국’을 집어넣어 ‘상상 속 멋진 나라’로 생각하려는 세계 어린이 관객들의 무한 상상력에 불필요한 한계를 가했는가 말이다. 더욱 아이러니한 일은 정작 중국에선 “중국의 국보인 판다를 상업적 폭력적으로 이용했다”는 이유로 이 영화에 반발한다는 사실.

#단상3

‘레지던트’는 외과 여의사가 변태 집주인의 관음증에 시달리다 집주인을 응징해버린다는 뻔한 내용. 이 영화엔 ‘관음증’ 하면 관객이 떠올릴 수 있는 판에 박힌 장면이 모두 나온다. 누가 몰래 훔쳐보고 있는지도 모른 채 포도주 한잔 들고 거품 목욕을 즐기며 보여줄 듯 말 듯하는 여주인공, 목욕 후 가운을 확 벗어던지고 전라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머리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오일을 질펀하게 발라대는 여주인공 등등. 하지만 남자 관객들의 불온한 욕망을 자극할 만큼 야하지도, 심리학적으로 뭔가 그럴듯한 이론을 펼치지도 못한 채 그저 한 잘생긴 변태 아저씨가 변태 짓하다가 여자를 잘못 골라 호되게 당한다는 납작한 이야기로 막을 내린 이 영화보다 더 한심한 것은, 이런 영화의 주연을 선택한 힐러리 스웡크다.

1999년 작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 절도죄로 수배 중인 남장여자 역할을 소름 돋을 만큼 뛰어나게 표현해낸 그녀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년)로 연기력의 정점에 도달했다. 어떤 성징(性徵)도 느껴지지 않는 야생동물 같은 매력이 오히려 도발적이었던 그녀는 최근 들어 자꾸만 예쁘고 똑똑해 보이는 역할에 도착하면서 하는 영화마다 망하고 있다. 그녀는 얼굴로 승부하는 배우가 결코 못 되는 것이다. 어려운 운명을 안타깝게 개척해 나가는 ‘주체’로서의 캐릭터를 보여주던 그녀가 뭇 남성들의 욕망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바비 인형 같은 ‘객체’로 나서려 하는 최근의 의도를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국내에서도 ‘성격파 배우’로 각광받던 여배우들이 어느 날 얼굴 싹 고치고 ‘예쁜이’로 변신해 얇은 청춘물에 기웃거리다 결국 원하던 CF도 따지 못한 채 대중에게서 잊혀져 가는 비극적 사례를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힐러리 스웡크여,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와 줘. 우리는 못생긴 스웡크를 간절히 원한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