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골 터뜨린 후반 집중력 돋보여
조광래 감독이 확실하게 자기 색깔을 내기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사실상 2군이 온 세르비아에 비해 가나는 전력이 확연히 달랐다. 그에 대처하는 대표팀도 차이가 많이 났다.
대표팀은 세르비아전에서 양쪽 측면 수비가 높이 올라왔다. 미드필드 싸움에서 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측면에서의 부분 전술을 통해 크로스까지 연결시키며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조 감독이 역점을 두고 있는 4-1-4-1 포메이션도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특히 미드필드 ‘1’의 자리에 위치하는 기성용이 그 위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선보이며 팀의 윤활유 역할을 잘 해냈다.
가나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의 역동적인 압박에 점점 주도권을 내줬다. 전후방 간격이 벌어졌다. 전반 후반이 되자 선수들의 체력이 처지는 기미가 보였다. 볼 처리와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스피드에서 모두 가나에 뒤졌다. 뒷공간이 넓지 않은데도 아사모아 기안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이렇게 실점했다.
조 감독은 많이 뛰면서 지속적으로 패스 가능한 대형을 만든다. 스페인식 패싱 플레이로 볼 점유율을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이것을 어설프게 구사할 경우 후반 들어 체력과 페이스가 떨어질 수 있다. 세르비아전에서도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무뎌졌다. 그렇다 보니 실수도 많이 나왔다.
왼쪽 공격수 지동원은 믿을 만했다. 가나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렸고 빈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좋았다. 이근호는 저돌적 움직임이 위협적이지만 결정적 찬스에서 아직 부담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박지성의 공백을 ‘박지성과 똑같은 플레이를 하는 선수’로 메워야 할 필요는 없다. 박지성은 우리 축구의 거목이다. 그의 빈자리는 하루아침에 메워지지 않는다.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의 특성과 장점을 잘 살리는 방향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