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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플러스/칼럼]‘나가수’ 윤도현 김범수 상위권 유지하는 비결

입력 | 2011-06-08 16:30:24


며칠 전 대학생을 대상으로 했던 발표긴장감소 집단상담을 무사히 마쳤다. 각자의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한 학생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집단상담을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집단상담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한 그 학생이 참으로 고마웠고 그 안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사랑하게 됐다는 말이 가슴 뭉클했다.

요즘 최고의 이슈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이다. 최고 가수 7인이 경연하는 '나가수'를 통해 우리는 실력 있는 가수들도 평가 받는 상황에서는 매우 떤다는 사실과 함께 그들도 변화를 꿈꾼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각자의 인생을 통해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혹은 다른 삶을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가수다\'에서 가장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가수 윤도현


▶ 긴장, 발가벗겨진 가수들

경쟁의 시대 속에서 순위가 매겨지고 평가받는 긴장의 순간을 벗어나 나 또한 누군가를 마음 놓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묘미다. 나만 떠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떠는 것을 보면 위안도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평가받는 상황에 대해 두려워하고, 최소한 꼴찌는 면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가수'를 보면 가수들은 무대를 준비할 때, 무대에 오를 때, 그리고 순위를 발표하는 순간에 심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김연우가 탈락했던 날에는 누군가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가수들은 유난히 긴장한 듯 보였고 순위를 발표하는 그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은 아주 복잡했다.

일단 안도했을 것이며 동시에 동료가수가 탈락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오랜 시간동안 긴장했던 탓에 지치고, 이렇게까지 경쟁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일시적으로 우울해졌다가 다시금 힘을 내 다음 주의 미션을 이야기하게 되는 상황. 아마도 가수가 이렇게 드라마틱한 상황에 놓이는 기회는 별로 없을 것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발표긴장감소 집단상담에서는 잘 하고 싶어 긴장했던 것이 오히려 잘 하는 것을 방해하는 상황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적당한 긴장은 중요한 일을 할 때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감정에 압도돼 내가 하는 발표, 내가 하는 노래에 집중할 수 없다면 그 긴장은 그야말로 쥐약이 되는 거다.

이 때 긴장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잘 해야만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높은 기준과 더불어 내 안에서 들려오는 부정적인 목소리, 즉 자신에 대한 비공감적인 피드백이다. 집단상담의 회기 중에 내 안의 부정적인 목소리를 객관적인 목소리로 바꾸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 후 다시 발표기회를 가졌을 때 훨씬 안정된 집단원들의 모습을 보면 놀라울 정도이다. 예를 들어 '내 어눌한 말투를 듣고 사람들은 바보라고 할 거야'란 왜곡된 부정적 목소리에 대해 그동안 그를 보아왔던 집단원들이 그의 또 다른 자아가 되어 객관적 목소리를 찾아준다. '내 말투는 부드럽고 편안해서 듣는 사람들이 긴장하지 않도록 해 줄 거야'라고.

'나가수'에 참여하는 쟁쟁한 가수들을 괴롭히는 부정적인 목소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내가 꼴찌를 하면 웃음거리가 될 거야' '지나치게 감정을 드러내면 한심해 보일거야' '관객들은 내 실력이 좀 떨어진다고 보지 않을까' 등 일 것이다.

윤도현은 이런 상황에서도 가장 덜 긴장한다. 경연마다 상위권을 유지하는 비결은 여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방송 중간 중간 삽입된 인터뷰 장면을 보면 윤도현은 '나가수' 7인 중 가장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덜 긴장한 덕분에 음악에 더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회가 거듭될수록 유머가 늘고 자기표현이 강조되는 김범수도 빼놓을 수 없다. "점점 잘 생겨진다"는 박정현의 말처럼 그는 무대를 준비하며, 무대 위에서도 적당한 긴장을 그대로 살려 제대로 보여주고 자신의 끼를 조금씩 조심스럽게 꺼내 관객을 사로잡는다.

가수 이소라는 '나가수'에서 여러 차례 변화를 시도했다.


▶ 변화, 새로운 나를 찾는 기회

지난달 22일 김연우가 탈락했을 때 일부에서는 '나가수'에서는 가수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가수'는 가수들이 무대에서 카리스마를 얼마나 뿜어냈느냐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편이니 감정을 절제하고 잔잔하게 노래하는 김연우가 불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가수' 최대의 장점 중 하나는 가수들의 숨겨둔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만의 독특한 색을 가지고 있지만 그 반대의 기질도 가지고 있다. 다만 나에게 익숙하지 않고 편하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내 안에 다른 모습을 끌어내고 그것을 다시 나에게 잘 맞는 색깔로 변화시키는 일은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물론 변화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가수' 7인 중에는 이소라가 여러 차례 변신을 시도했고 그 때마다 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나가수' 초반만 해도 유독 많이 긴장해 보였던 이소라가 매번 변화를 시도할 수 있게 된 데는 변화할 때마다 큰 박수를 보내준 청중평가단과 시청자들의 힘이 컸을 것이다.

▶ 감동, 눈물의 놀라운 효과

카메라는 시종일관 눈물 흘리는 관객들을 비춰준다. 그만큼 '나가수'가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을 끌어내는데 큰 가치를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긴장 속에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혹은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을 힘껏 쏟아내는 가수들의 열정에 관객들은 몰입하게 된다.

최고 실력의 가수들이 긴장하는 모습, 최고 실력을 갖췄음에도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은 경쟁사회의 축소판이다. 우리 또한 매일 치열한 싸움에 던져지고 뻣뻣해진 어깨를 주무를 틈도 없이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절절하게 '나가수'에 몰입하는 것 아닐까.

'나가수' 7인이 긴장하면 나만 긴장하는 것이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는 안도가, 이들이 긴장을 풀고 웃으며 동료들의 어깨를 토닥일 때는 사랑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면 우리 안에 숨쉬는 열정과 이 열정을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이계정 상담심리 전문가 lisay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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