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감원에 복지혜택 100점… 노사분규 제로”
삼성전자의 1, 2차 협력사 대표들이 우수 제조현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충북 청주시 한국도자기 공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도자기 제공
지난달 31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한국도자기 공장을 찾은 김정배 디케이산업 대표의 말이다. 광주에 있는 이 회사는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에 들어가는 프레스 부품을 만든다. 전자부품 회사를 운영하는 김 대표가 왜 도자기 공장에 갔을까.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는 이날 디케이산업 등 27개 협력회사 대표들을 ‘모셔’ 우수 제조현장 벤치마킹 견학을 했다. 2007년부터 연간 3회(국내 2회, 해외 1회) 1차 협력사 대상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올해부터 2차 협력사에까지 확대됐다. 협력사들의 창조적 혁신을 돕기 위해 견학 장소도 전자업종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한국도자기로 정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왔다. 김 부장은 “대기업 부럽지 않은 복지혜택 때문에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는 일이 거의 없다”며 “무차입과 무감원의 경영철학으로부터 화합하는 회사 분위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2차 협력사 이오시스템(광학회사)의 이원승 회장은 “결국 기업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LG그룹 임원을 지내다 1989년 이오시스템의 지분을 인수해 연 매출 800억 원의 회사로 키운 이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겪어봤다. 그는 “예전엔 대기업이 혼자 살기에 급급했지만 이젠 협력사인 중소기업으로부터 경쟁력이 나온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설명을 듣고 난 협력사 대표들은 한국도자기의 생산라인으로 향했다. 여기서 대표들은 또 한 번 놀랐다. 공장 자동화 비율은 87%. 이 회사는 도자기의 모양과 두께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최첨단 자동 성형기 등을 갖췄다. 또 뜨거운 가마에서 나오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직원들이 근무할 때 머리 뒤쪽에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냉방설비를 갖췄다. 곳곳에서 “공정 표준화를 통한 혁신이 인상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승헌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과장은 “업종은 달라도 삼성전자와 한국도자기는 닮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3차원(3D) TV와 한국도자기의 ‘프라우나’ 도자기가 영국의 해러즈 백화점에서 ‘명품’ 대우를 받으며 팔리는 것,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한국도자기처럼 사내 어린이집 강화를 지시한 것 등을 두고 한 말이다. 한 협력사 대표는 “한국도자기의 정교한 금박기술을 우리 회사 공정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을 반짝였다.
청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