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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 휴스 칼럼]“블라터,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는 속담을 아시는지…”

입력 | 2011-06-10 03:00:00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라는 속담은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이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도 보인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딱 그 짝이다. 주앙 아벨란제부터 현 제프 블라터 회장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를 이끄는 FIFA는 돈에 민감했다. 블라터는 적수 없이 4선에 성공해 4년 더 FIFA를 이끌게 됐지만 언제 스캔들이 터질지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다.

블라터는 FIFA 총회가 열리기 전 ‘FIFA가 부패했다’고 주장한 아프리카 기자들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그 일주일 전 블라터의 유일한 적수였던 무함마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2022년 월드컵 유치 때 카리브 지역에 돈을 뿌렸다는 혐의로 고발당했다. 결국 블라터는 단독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블라터는 FIFA에 악마들이 득실댄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그리고 어떤 부정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어떤 스포츠 단체보다 투명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런 ‘깨끗한’ 회장이 지금껏 FIFA에서 얼마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니.

블라터는 최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오페라 가수 플라시도 도밍고, 네덜란드 축구 영웅 요한 크라위프를 ‘지혜위원회’로 끌어들여 FIFA가 가지지 못한 이미지로 개선을 시도하고자 한다. 도밍고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결승전을 빛낸 세계 3대 테너 중 한 명이다. 그는 블라터의 제의를 반겼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을지는 의문이다. 키신저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크라위프는 아직 반응이 없다. 크라위프는 추진력과 고집이 대단해 어떤 부정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다.

스위스 법정은 10여 년 전 FIFA 마케팅 대행사였던 ISL이 파산할 때 수백만 프랑이 사라진 것을 조사하고 있다. 당시 회장이 블라터다. 아디다스와 코카콜라, 비자카드, 에미레이트항공 등 FIFA의 수십억 달러 스폰서들은 사막의 나라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유치 때 부적절한 활동을 했다는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적인 후원 기업들은 스포츠 세계의 악을 차단할 수 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때 뇌물사건이 터지자 스폰서들이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게 잘 중재한 적이 있다.

블라터는 208개 회원국에 40만 달러씩을 뿌리기 위해 거대 스폰서와 TV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나라들이 한 표씩 행사해 회장을 뽑았다. 이제 블라터가 지갑을 다시 쥐게 됐다.

아마도 블라터는 외로울 것이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도왔던 절친 함만을 잃었다. 카리브의 또 다른 친구 잭 워너도 함맘의 뇌물 스캔들에 연루됐다. ‘엉클 잭’은 FIFA의 인맥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함맘과 잭이 다시 FIFA의 이너 서클에 복귀할지는 선거조작을 시도한 증거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블라터와 그의 하수인 제롬 발크 사무총장이 이번 스캔들에서 살아남을지는 시간만이 알 것이다. 아마도 FIFA의 일부 관계자들은 올 초 정몽준 전 FIFA 부회장을 몰아낸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정 부회장이 회장이 될 것을 두려워했다. 언제든 ‘FIFA가 부패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정 부회장의 자신감이 그들을 적으로 만들었다.

블라터가 만들려는 위원회는 무늬는 좋은데 파워가 없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왜 만들었냐’는 비난을 받을 유명무실한 단체가 될 개연성이 높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